200년 전에 살다간 헨리 D. 소로우가 주는 영감(靈感)

  • No : 1760
  • 작성자 : 한국자유총연맹
  • 작성일 : 2017-07-31 16:10:53
  • 분류 : 자유마당

200년 전에 살다간
헨리 D. 소로우가 주는 영감(靈感)
분노가 넘치는 사회… 개인의 행복과 만족을 위한 지혜
신중섭 |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지난 6월에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일들이 많이 벌어졌다. 아파트 주민이 외벽에서 작업하는 사람이 소음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그를 지탱해 주던 줄을 끊어 죽게 한 사건도 있었고, 대학원 학생이 사제 폭탄으로 지도 교수를 해친 일도 있었으며, 혼자 사는 50대가 속도가 느려진 인터넷을 점검하러 나온 기사와 다투다 흉기로 그를 살해한 일도 일어났다. 우발적인 폭행 사건이 2004년에는 1만 810건이었으나 2014년에는 7만 1036건으로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나 우발적 동기에 의해 발생됐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는 분노가 차고 넘친다.
연세대 한준 교수의 설명(동아일보, 2017. 6. 19.)에 따르면 분노는 자신의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거나, 자신이 부당한 대접을 받았다고 생각될 때 나타나는 정서적 반응이다. 한 교수는 우리 사회에 분노를 유발하는 요인과 상황이 넘쳐나는 데서 그 원인을 찾는다. 서울대 전상인 교수는 이것을 배고픈(hungry) 사회에서 분노(angry) 사회가 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압축발전의 부작용이라는 것이다.
승자독식 사회, 늘 남과 비교하려는 사회 분위기가 유발하는 소수 승리자의 과잉 우월감과 패배자의 열등감이 우리 사회에 상존하는 분노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한 교수는 기득권을 줄이고 공정성을 높이는 것과 각자의 방식대로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에 가치를 두는 가치관 변화가 ‘분노 과잉’에 대한 처방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기득권을 줄이고 공정성을 높이는 것은 사회적 차원의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지만 각자의 방식대로 만족과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이 두 가지가 서로 상충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차원의 노력은 정부와 시민사회의 몫이고 각자의 만족과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다. 개인의 내적인 노력 없이 외부에서 만족과 행복을 제공할 수는 없다. 아무리 유능한 지도자나 국가도 그렇게 할 수는 없다.
이런 사실을 일찍이 깨달은 사람이 바로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 7월에 태어난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1817~1862)다.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소로우는 성인(聖人)으로, 그가 1845년 3월 말경 도끼 한 자루를 들고 들어가 2년 2개월 2일 동안 홀로 살았던 월든 호숫가는 성소(聖所)로 자리 잡고 있다.
그는 가장 가까운 이웃과도 1마일쯤 떨어진 곳에서 순전히 육신의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2년 2개월을 살았다. 그 기록이 바로 〈월든〉(Walden, 1854)이다. 그가 살던 오두막을 짓는데 든 비용은 28달러 12.5센트다. 현재 가치로 863달러 정도 된다고 한다. 그가 남긴 기록에 따르면 ‘무단 정주자의 권리’로 집 주위에서 가져다 쓴 목재, 돌, 모래는 이 안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물론 집을 짓는데 사용한 그의 노동력도 빠져 있다.
필자가 2년 전에 방문한 월든 호숫가에는 그가 실제 지었던 집은 터만 남아 있고 방문자들을 위해 지은 같은 크기의 오두막이 그의 입상과 함께 있었다.〈사진〉 세상이 변하여 주변에 큰 길이 나고 차량의 이동이 많아 그가 살았던 당시의 분위기는 느낄 수 없었지만 호수는 여전히 그대로 있었다.
소로우는 하버드 대학을 나온 엘리트였지만 ‘내 인생의 주인은 나 자신’이라는 인생철학으로 자신의 삶을 살다간 ‘자본주의자(自本主義者)’로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인생을 허비하는 ‘타본주의자(他本主義者)’의 우상이 되었다.
소로우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월든〉, 강승영 옮김, 은행나무).
사람들은 그릇된 생각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육신은 조만간에 땅에 묻혀 퇴비로 변한다. … 사람들은 … 좀이 파먹고 녹이 슬며 도둑이 들어와 훔쳐갈 재물을 모으느라 정신이 없다.

소로우는 사람들에게 철학자가 될 것을 권한다. 그가 말하는 철학자가 된다는 것은 심오한 사색을 통해 새로운 철학적 이론을 제시한다거나 학파를 세우는 것이 아니다. 그가 말하는 철학자는 무엇보다 지혜를 사랑하여 지혜의 가르침에 따라 소박하고 독립적인 삶, 너그럽고 신뢰하는 삶을 살아나가는 사람을 의미한다. 철학자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인생 문제들을 이론적으로 그리고 실제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 모두 마음만 먹으면 이런 철학자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상은 우리가 원하는 속도로 그렇게 빨리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변할 세상이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세상과 일치할지 알 수 없다. 내가 사는 세상이 나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세상이 나의 삶을 지배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내가 원하는 만큼 만족스럽지 못한 세상에서도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는 용기를 내보아야 한다. 이렇게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소로우의 〈월든〉은 무더운 여름밤 먼 산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산(山) 바람처럼 지친 우리의 삶에 영감(靈感)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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