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꿈꾸는 개미들, 공모주 과열인가 빅히트, 연속 급락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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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10-30 10:51:41
  • 분류 : 자유마당

대박 꿈꾸는 개미들, 공모주 과열인가 빅히트, 연속 급락 행진

IPO 옥석가리기, '따상' 기대 위험 산업융복합시대, 공모가 기준 고민할 때

 

 

정태선(뉴스핌 공공정책부장)

 

아미(BTS)인 아내가 빅히트는 무조건 뜬다며 그 동안 모아온 5000만 원으로 주식을 샀는데 벌써 2000만 원 넘게 손해를 봤다.’’, ‘‘빅히트 주식을 30만원대에 샀는데요. 환불되나요?’’, ‘‘전세금 받은 것 잠깐 굴리려고 샀다가 전세금을 못 돌려줄 위기에 처했어요. 이혼당할 위기입니다.’’

인터넷 주식관련 각종 게시판에는 빅히트 주식을 환불 받고 싶다는 성토의 글이 잔뜩 올라오고 있다. 상장전 기대감을 한껏 키웠던 것과 달리 시장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폭락 원인을 뒤늦게 분석하고 나서는 분위기다.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 중 하나로 꼽혔던 빅히트 주가가 상장 후 연속 밀리면서 개인 투자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이상 열기가 감돌았지만 빅히트를 정점으로 공모주시장까지 급속히 냉각하고 있다.

 

2의 비틀스 BTS 소속사 '빅히트' 흥행대박 기대했지만

세계적인 보이그룹으로 성장한 BTS(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에 거는 기대는 남달랐다. BTS가 어떤 그룹인가. ‘2의 비틀스’, ‘기록소년단’, ‘BTSBTS했다고 할 만큼 세계 팝음악 기록을 갈아치우며 경쟁상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돌진하고 있는 연예인의 연예인이다.

소속사 빅히트 상장을 전후로 BTS는 굵직한 호재들을 쏟아냈다. 영어곡 다이너마이트가 빌보드 100’ 1위를 한 뒤 2위를 지키는 데 이어 한글 가사로 피처링한 제이슨 데룰로의 새비지 러브1위를 하면서 곡 2개를 동시에 1, 2위에 올리는 진기록까지 연출하면서 그들의 영향력을 입증했다.

10월 이틀간 열린 온라인 콘서트 ‘BTS 맵 오브 더 솔원(BTS MAP OF THE SOUL ON:E)' 역시 남다른 클래스를 보여줬다. 유료 접속자만 993000명에 달했고, 기본에 해당하는 멀티뷰 티켓 가격 49000원으로만 계산해도 시청 매출이 491억 원에 달했다. 이 기세라면 내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우리말 가사로 된 BTS 공연을 볼 수 있을 듯하다.

BTS는 일반적인 K팝 아이돌이 공장형이라고 취급받는 것과 달리 작사, 작곡, 연주까지 해내면서 아티스트로 자리잡았고, 특히 자신들의 정체성을 담은 음악을 만들어 팬층이 두텁다. 여기에 빅히트 기획력이 더해져 앨범마다 하나의 이야기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 이야기는 발표되는 앨범들과 연결되면서 스토리가 된다. 노래 가사, 뮤직비디오, SNS 등에 스토리 조각을 보여주면서 팬들이 전체 스토리를 유추하는 재미를 더해 팬덤을 더욱 키워가고 있다. 이를 통합적으로 엮어 BTS 세계관까지 만들고, 소설과 웹툰을 제작하고 BTS 각 멤버들을 캐릭터화한 다양한 상품까지 제작,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빅히트는 BTS의 탄탄한 인기를 바탕으로 하며 플랫폼기업으로 성장성까지 엿보이면서 시장에 큰 관심을 끌었다. 빅히트가 만든 글로벌 팬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Weverse)는 팬덤 비즈니스 확장을 위한 전진기지로 지난해 7월 개설했는데, 개설 1년만에 누적 가입자수는 850만 명(BTS 관련 가입자는 약 670만 명)에 달했다.

이를 기반으로 빅히트는 스스로 경쟁자를 엔터기업이 아니라 네이버와 카카오와 같은 IT포털 기업으로 보고, 글로벌 비즈니스를 확대할 것이라고 한다. 코로나19로 전 세계 오프라인 공연이 불가능해도 빅히트 2021년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가 각각 12000억 원과 2500억 원으로 나온 근거도 위버스 때문이다. 위버스에는 TXT와 빅히트 계열 소속 여자친구, 뉴이스트, 세븐틴, 엔하이픈 등도 입점하며 빅히트 매출다각화의 엔진역할을 하고 있다.

 

빅히트 공모가 '135000'뒤늦은 고평가 논란

하지만 시장기대와 달리 빅히트 주가는 상장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빅히트의 상승세는 단시간에 그쳤다. 9거래일 동안 2거래일만을 제외하고 주가는 연일추락했다. 27일 기준 빅히트의 주가는 따상 가격인 351000원에서 48% 떨어졌다. 공모가(135000) 대비 수익률도 20%로 주저앉았고 시가총액은 55000억 원으로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44(우선주 제외)로 내려왔다. 올 하반기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어였던 빅히트 주가가 지지부진하면서 공모주를 바라보는 개인투자자의 시선도 복잡해지고 있다. ‘따상’(공모가의 2배로 시초가가 정해진 뒤 상한가)이상의 성적을 노렸던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확산하면서 공모시장 전체에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된 것.

우선 상장 전부터 논란이 됐던 빅히트 공모가 산정 방식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기업의 공모가를 정할 때는 같은 업종에 속한 비슷한 기업들의 기업 가치를 먼저 판단해 이를 반영한다. 빅히트는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YG플러스, 카카오, 네이버 등 5개 기업을 기준으로 공모가를 산정했다. 이들 5개 기업의 '연간 이익 대비 기업 가치의 높은 정도'를 빅히트공모가 계산시 반영했는데, 구체적으로는 'EV(기업가치)/EBITDA(상각전영업이익)'라는 방식을 통해 공모가를 산정했다.

한 기업이 '한 해 동안 벌어들이는 현금(EBITDA)'이 있을텐데, 이들 기업의 가격(시가총액+현금 보유액을제외한 부채)'한해 벌어들이는 현금'보다 몇 배 높은지를 구해 이 숫자를 공모가 계산에 이용하는 방식이다.

5개 기업이 각각 한해 벌어들이는 현금보다 기업 가치가 평균적으로 42배 가량 높은 것으로 계산했다. 그래서 올해 빅히트가 연간 1200억 원 가량 벌어들일 것으로 가정하고, 여기에 앞서 산출한 42배를 곱해 현재가치상 45692억 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그러나 앞서 상장했던 대부분 많은 기업들은 PER(주가수익비율) 방식으로 공모가를 계산해왔다. 'PER(주가수익비율)'은 기업이 '당기순이익(한해 벌어들인 현금에서 각종 비용을 제외하고 남은 금액)' 숫자를 기준으로, 해당 기업의 '시가총액'만 따져, 몇 배 정도 높은지 계산한 것이다. 이 방식으로 계산하면 빅히트 몸값은 25000억 원대로 낮아지고 공모가 역시 7~8만 원대로 떨어질 수 있었다. 공모가 산정 당시 어떤 방식을 택하는 게 맞는지는 법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빅히트는 상장 전 공모가 산정때부터 너무 비싸다는 의견이 있었고, 청약 단계에서는 희망적 요소가 많이 부각돼 증거금이 몰렸지만 상장이후 시장에서는 가치 평가가 냉정하게 이뤄져 떨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빅히트를 계기로 공모시장의 과열 우려와 함께 공모주 청약에 도전하거나 상장 초기 기업의 주식을 살 때는 기업의 적정 가치를 더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공모주 투자 광풍, '묻지마 투자' 개미 울상적정 공모가 기준 필요

올해 공모주 시장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으려는 수요가 많았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가 상장 이후 따상이상의 성적을 내면서 '대형 공모주 청약에는 일단 뛰어들면 높은 단기 수익률을 거둘 수 있다는 인식도 한 몫 했다.

하지만 올해 남은 공모주 청약 때도 6~9월 같은 열풍을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빅히트가 크게 밀리면서 7월과 9월에 상장했던 SK바이오팜도 최고가 대비 주가가 21일까지 40.07%, 카카오게임즈도 47.64% 하락했다.이 기간 두 회사의 시가총액은 각각 84578억 원과 31276억 원이 증발했다. 하반기 ‘IPO 3’의 시총이최고가 대비 175400억 원이나 급감한 셈이다.

NH투자증권이 2000년 이후 상장한 국내 주요 공모주 8(롯데쇼핑·삼성카드·삼성생명·삼성SDS·제일모직·토니모리·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헬스케어)의 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상장 이후 한 달 내 찍은 고점이 1년 내 고점보다 높았던 기업은 5(롯데쇼핑·삼성카드·삼성생명·삼성SDS·토니모리)이었다. 대다수 기업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초반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이후 1년간 행보는 신통치 않았다. 오히려 상장 초기 시장의 반응이 시큰둥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등의 주가가 장기적으로는 더 많이 올랐다.

연말에만 30여 곳의 추가 공모가 예정돼 있고 내년에도 대어급 상장이 잇따를 예정이다.

유동성장세 속에서 공모주 청약 시장이 질서를 잡으려면 적정한 공모가 책정과 수요예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 동안 적정주가 대비 낮은 가격에 공모가가 정해지면서 투자과열을 일으키고 이것이 공격적인 공모가 책정으로 이어져 투자 수익률 하락의 악순환이 발생했다. 또 상장 초기 기업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시장이 효율적이지 않아 상장일 고평가 현상이 나타났다. 반대로 공모가가 너무 높아도 투자자 참여가 쉽지 않다.

새내기주가 상장 후 무조건 공모가를 웃돌아야 하는것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상장 후 주가가 무조건 오를것이라 기대하게 되는 것은 공모가 산정 자체가 잘못됐다는 의미일 수 있다.

모든 산업 경계가 모호해지고, 융복합형 혁신모델이 탄생하고 있다. 각종 IT신기술과 글로벌 트렌드가 어디로 이끌지 가늠하기 어렵다. 빅히트와 같이 기존영역을 넘어 새로운 신규영역에 도전하거나 융복합을 시도하는 기업에게 어떤 투자잣대를 적용할지 투자자나 금융기관 모두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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