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실패' 인정한 김정은 체제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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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9-01 13:51:16
  • 분류 : 자유마당

경제 실패인정한 김정은 체제 어디로 가나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과 북한의 8차 노동당 대회

 

이영종(중앙일보 통일북한전문기자)

 

 북한이 심각한 경제난과 경제전략 실패를 스스로 인정했다. 북한은 지난 81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혹독한 대내외 정세가 지속되고 예상치 않았던 도전들이 겹쳐 드는 데 맞게 경제사업을 개선하지 못하여 계획됐던 국가 경제의 장성 목표들이 심히 미진 되고 인민생활이 뚜렷하게 향상되지 못하는 결과도 빚어졌다고 밝혔다. 20167차 노동당 대회에서 수립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실패를 인정하고 내년 18차 당 대회에서 새 전략 수립방침을 피력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 발언을 통해 7차 당 대회에서 수립했던 계획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분석 및 총화 할 것도 지시했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이런 국면에 처할 수밖에 없었던 건 대북제재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충격파가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북한 권력 내부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일부 권한을 여동생인 김여정에 넘기는 위임통치를 하고 있는 것으로 국가정보원이 밝혀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김 위원장이 통치 스트레스 경감을 위해 김여정 당 제1부부장에게 국정운영 권력의 일부를 이양하는 위임통치에 돌입했다는 게 820일 국회 정보위 보고 내용이다.


경제 문제는 박봉주 국무위 부위원장과 김덕훈 내각총리가 위임받고, 군사 분야는 최부일 당 군정지도부장과 이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등이 중심축을 맡는 권한 이양도 이뤄진 것으로 국정원은 보고했다. 김여정이 후계자로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북한의 이인자로 자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김여정의 담화를 주민들에게 암송시키는 등의 움직임도 포착된다는 국정원 보고는 김여정이 오빠에 버금가는 위상을 구축해 가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사실 김정은의 건강 문제는 북한 체제의 변동 가능성과 관련해 주목받는 변수 중 하나다. 지난 4월 중순 공개활동 중단 사태로 건강 이상설이 제기됐던 김정은이 5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건재를 과시한 이후 공개 활동의 보폭을 넓히고 있는 상황이라 건강 이상설에 힘이 빠진 형국이지만 대북 전문가와 당국은 여전히 문제 있음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김정은의 경우노동당의 회의를 주재하는 정적인 통치 활동 위주로 시작해 (5월과 6월 각각 두 차례) 점차 평양종합병원 건설장 방문(7.20 보도), 광천닭공장(7.23 보도) 현지지도, 수해현장 방문(8.7 보도)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그렇지만 극도의 스트레스와 과도한 흡연, 가족력을 의료 전문가들은 김정은 건강의 3대 위협요인으로 지적한다. 촘촘한 대북제재와 풀리지 않는 남북 및 북미관계, 그리고 경제난으로 인해 자신의 건설 프로젝트마저 차질을 빚는 상황은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2018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의 부인 이설주는 내 말을 도통 안 들으려 한다며 건강과 관련한 조언이 쉽지 않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이 모두 심근경색으로 급작스레사망했다는 점도 김정은 건강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김정은 체제의 북한을 옥죄는 또 하나의 이슈는 코로나 방역 비상체제다. 지난 1월 말 코로나19 대응체제를 갖추면서 셀프제재에 들어간 북한은 확진자=0‘ 주장을 고수하면서 내부적으로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못하고 있는 국면이다. 719일 개성 출신 탈북자의 입북 사태를 계기로 김정은의 주재로 노동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개최해 해당 지역에 대한 비상사태 선포하고,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최대비상체제로 이행하고 특급경보를 발령하는 등 한바탕 소동이 빚어졌다.


김정은 스스로 813일 열린 노동당 716차 정치국회의에서 세계적인 악성 비루스 전파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현실은 큰물피해와 관련한 그 어떤 외부적 지원도 허용하지 말며 국경을 더욱 철통같이 닫아 매고 방역사업을 엄격히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 속에서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풀 해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김정은이 내부 추스르기에 여념이 없는데다 남북관계도 냉랭한 이유 때문이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면서 대립각을 세우기 시작한 건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실 없이 끝난 이후부터다.


이때부터 북한은 우리 정부에 대해 노골적 비판을 가하면서 하노이 노딜의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려 시도했다. 6월 대남 도발 드라이브를 거치면서 통일전선사업의 대적(對敵) 사업전환을 공식화했고, 김여정은 우리를겨냥해 ()은 적일 뿐이란 말을 던지며 극도의 불만을 표출했다.


지난 6월은 남북관계에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을 넘긴 시기로 기록될 듯하다. 64일 김여정 제1부부장이 한국 내 일부 탈북 단체가 살포한 대북전단을 빌미로 우리 정부에 대한 위협공세를 취하면서 본격화된 긴장 상황이 북한의 군사행동으로까지 이어지는 국면이 연출됐다. 김여정의 위협 담화 이후 북한군 총참모부는 비무장화된 지대들에 군대가 다시 진출해 전선을 요새화하며 대남 군사적 경계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방안을 언급(616일 총참모부 공개 보도)하며 군사적 행동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어 이튿날에는 금강산 관광지구와 개성공단에 연대급 부대와 화력 구분대(대대급을 의미)를 전개하게 될 것임을 위협했다. 최전방 지역내 대남 전단살포 계획까지 밝히며 긴장수위를 올려가던 북한의 도발 위협은 623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중앙군사위에서 김정은에 의해 보류 조처가 내려지면서 일단락됐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같은 달 16일 개성공단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해버리는 전례 없이 퇴행적 움직임을 드러내 우리 국민의 실망과 비판을 자초했고, 대북인식에도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대북접근의 돌파구를 마련한다는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7월 말 취임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남북 간에 먹는 것, 아픈 것, 죽기 전에 보고 싶은것에 대해서는 어떤 정치적·안보적 계산 없이 중단 없는 협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하며 대북제재 상황에서도 인도적 사안 등을 중심으로 남북관계의 경색을 뚫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한미 워킹그룹 등 정부가 남북교류의 장애물로 판단하고 있는 시스템의 무력화 내지돌파를 위한 물밑작업이나 이를 협의 추진하는 모습도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는 박지원 국정원장, 서훈 안보실장, 이인영 통일장관 등 새로운 외교안보라인 포진을 통해 하반기 중 남북관계의 돌파구 마련 및 복원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대북특사 파견이나 수해·코로나19 관련 대북지원이 검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8년 이후 중단된 남북 이산상봉의 재개 카드가 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하노이 노딜에 대한 불만과 남북관계를 적대 상황으로 규정해버린 북한이 어떤 명분으로 회담 테이블로 되돌아올 수 있을 것이냐 하는 점이다. 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인한 우리 국민의 냉랭해진 대북여론을 돌려세울 대북접근 방안이 문재인 정부로서는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일단 11월 미 대선까지 북한이 대미접근을 시도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다만 북한이 “(미국) 독립절기념행사를 수록한 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는데 대하여 위원장 동지로부터 허락을 받았다”(7.10 김여정 담화)고 언급하는 등 대미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는 상황이라 김여정의 워싱턴 특사 방문 등 극적인 카드가 현실화할 수 있을 가능성도 남아있다.


북한은 올 하반기를 그럭저럭 버티기(muddling through)’ 전략으로 넘기면서 내년 1월 노동당 8차 대회를 통해 김정은이 새로운 생존전략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 재설정 여부를 밝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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