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권형 국가 균형발전 정책의 과제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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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9-01 13:45:22
  • 분류 : 자유마당

분권형 국가 균형발전 정책의 과제와 미래

균형분권의 조화로운 선순환 관계 창출이 관건

 

송하식(한국공공정책학회 전문연구위원)

 

장기간 이어져 온 국토발전 정책의 역사적인 흐름을 큰 패러다임 전환 차원에서 보면 분권형 균형발전 정책은 기존 정책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우리나라의 국토발전 정책은 중앙정부가 강력한 주도권을 행사하면서 추진돼 왔다.


1960년대 초반 거점개발을 통한 효율성 중심의 전략에서 출발하였고, 1990년대 이후에는 거점개발 전략으로 야기된 지역 간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균형발전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2000년대 초반 참여정부는 강력한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였으나, 이후의 정부에서는 경쟁력이나 국민행복을 중시하는 정책 패러다임에 따라 균형발전 정책은 우선 순위에서 밀려났다. 한편, 1990년대 중반부터 지방자치 제도가 시행되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및 기능의 재편과지방 이양, 이에 따른 분권화가 진행돼 왔다.


그러나 국토개발 및 균형발전 정책은 여전히 중앙정부가 주도하고 있고, 지방은 주요 정책이나 계획의 기획 및 집행·평가 등에서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국가균형발전 정책과 자치분권 정책을 통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이념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면서 강력한 자치분권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본격화되는 지방자치 시대를 맞이하여 균형발전 정책의 패러다임도 과거와는 달리 중앙이 주도하는것이 아니라 이제 지방이 주도하는 분권형 균형발전 전략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 와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시대, 국민주권 시대를 기치로 출범하였으며, 모든 국민에게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고 차별과 격차를 해소하는 희망과 통합의 사회경제 전환을 추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5대 국정목표의 하나인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을 실현하기 위한 3가지 국정전략으로 첫째,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자치분권, 둘째, 골고루잘사는 균형발전, 셋째, 사람이 돌아오는 농산어촌을 설정하였다. 과거와 달리 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을 별개로 분리하지 않고 균형 있는 지역발전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한 실천전략으로 설정한 점이 특징이다.


이를 위해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는 4대 복합·혁신과제의 하나로 국가의 고른 발전을 위한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5대 국정목표의 하나인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고, 그 성과를 극대화하려면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정책을 조화롭고 통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강력한 지방분권 정책은 국가균형발전 정책에도 대폭적인 변화를 요구하고있다. 20182월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은 전문에 자치와 분권’, ‘지역간 균형발전을 명기하고 있으며, 총강(1)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국가를 지향한다고 선언하고 있을 정도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중시하고 있다.


비록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이 무산되었지만 지방분권 정책은 자치분권 종합계획이나 지방자치법 등 주요 법률의 개정이나 제정을 통해 활발하게 추진되고있다. 이에 따라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수립 및 집행방식도 지방자치 이념을 반영하여 이에 상응하는 변화가 요구된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계획이 발표된 이후 균형발전 및 지방분권 정책의 양대 컨트롤타워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는 각각 국가균형발전 및 자치분권에 관한 비전과 전략을 발표하고 상호 협력적추진 의지를 천명하였다.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공동으로 세종·제주 자치분권·균형발전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통합적 추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국가균형발전과 관련한 두 위원회의 역할은 보완적이기보다는 차별화되는 측면이 강하여 과연 균형정책과 분권정책이 국정목표인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을 향해 조화롭고 통합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치분권 정책과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조화로운 추진을 위한 현실적인 방법은 두 정책을 균형분권의 상대적 관점에서 교차 평가하여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이다. 자치분권 정책에서는 균형발전 측면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고, 균형발전 정책에서는 자치분권적 요소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설계되고 추진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자치분권 정책에서는 강화된 자치분권으로 인해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하지 않도록 지방정부간에 재정 및 행정상 격차를 완화하고 지역간 상생발전을 증진할 수 있는 보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균형발전 정책에서는 기존의 중앙주도형 정책을 지역주도형 정책으로 전환시키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포함하여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전략을 통합하는 분권형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실천력을 높이고 지역 주도성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자치분권 종합계획에서 제시된 추진전략 및 실천과제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관계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개념은 공통적인 요소보다는 차별적 요소가 강하다. 균형발전이 지역간 형평을 통한 국가 통합과 같이 공간적 가치를 중시하는데 비해 지방분권은 민주성이나 다양성 등 비공간 가치를 중시하는 특징이 있다. 이에 따라 균형발전은 자원의 차등적 배분을 통한 국토의 균형발전이 목표인데 비해 지방분권의 목표는 분권형 거버넌스(Governance) 구축을 통한 자율적인 지역발전이다.


또한 균형발전은 그 자체가 최종 목표에 가까운데 비해, 지방분권은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적·수단적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므로 균형발전의 내용은 지역산업의 육성, 특화자원의 개발 등 초점을 두지만 지방분권은 정치행정 및 재정의 권한과 사무의 지방 이양에 중점을 둔다. 투입비용 및 시간의 관점에서 균형발전은 초기부터 대규모 재원이 소요되나 지방분권은 장기적관점에서 순차적으로 추진이 가능하다.

 

분권형 균형발전 정책과 영국의 지역정책

그동안 균형발전 정책의 지속적인 추진에도 불구하고 해소되지 않고 있는 지역 간 불균형 시정에 대한 요구와 지방자치, 지방분권 강화에 대한 요구가 병존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분권정책과 균형발전 정책의 선후(先後)나 경중(輕重)의 관계로 볼 수 없어 두 정책 모두 우선순위를 높게 설정하여 추진할 필요가 있다. 경제력 등 역량이 취약한 지역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상호 보완적이고 유기적인 관계 위에서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역정책의 분권화 정책은 우리나라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지향해야 할 방향성에 관해 좋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영국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수도권인 런던(London) 대도시권과 나머지 지방의 격차문제가 지역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이고, 의원내각제 국가이면서도 정책결정이나 재정 측면에서 중앙 집중이 강한특징이 있다. 영국의 지역발전 정책은 과거 노동당 시대의 중앙 주도 정책패러다임을 거쳐 보수당 정부가출범한 2010년 전후를 기점으로 지방의 역할을 강조하는 분권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었다.


영국의 분권형 지역정책의 추진경과를 살펴보면, 2010년 중앙 주도로 설치된 RDA(RegionalDevelopment Agency)를 폐지하고 지역이 주도하는 도시권 단위의 민관합동 기구인 LEP(Local EnterprisePartnership)를 도입하여 지역발전에 관한 핵심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하였다. 이후 중앙정부는 LEP와 도시권협상(City Deal, 20122014), 지역성장 협상(LocalGrowth, 20142017)을 차례로 체결하여 기능훈련, 투자, 고용, 청년(고용 및 교육훈련) 등 권한을 지역으로 이양했다.


가장 최근의 분권화 제도는 2014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분권협상(Devolution Deal)이다. 분권협상은 중앙정부와 지역(LEP)이 체결하는 지역발전 협약으로 기존의 정책과 비교하여 더 많은 권한과 자원을 중앙에서 지방으로 이양하여 지역의 자율성을 더욱 확대한 점이 특징이다.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관계에 관한 이론과 정책사례를 통해 다음과 같은 특징과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먼저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은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통한 지역발전을 목표로 하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반면에 균형발전은 집권적인 성격이 강하고 자치분권은 분권적인 성격이 강하다.


이처럼 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은 서로 다른 가치와 목적을 지니고 있으나 두 가치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상호간의 보완, 병존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균형발전과 분권은 상호 연관성이 높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양자 모두가 시급한 과제라는 주장은 현실적, 논리적으로 충분한 근거가 있다.


정부간 관계에서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방정부와 지방정부가 상호 의존 및 협력하는 거버넌스적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지방분권을 강화하여 지역의 자주·자립적 발전을 추진하고 균형정책을 통해 경쟁에서 뒤지거나 조건이 불리한 지역을 지원함으로써 통합적인 국가발전과 지역의 경쟁력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다만, 균형발전은 행정의 능률성과 민주성에 취약할 수 있고, 지방분권은 형평성에 취약할 수 있으므로 양자간의 부정적 관계는 교정·보완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증진, 향상시켜 균형과 분권의 조화로운 선순환 관계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한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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