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과 국민의 기본권, 그리고 민주주의 -기본권 보장, 어느 나라보다 포괄적이며 미래지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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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6-30 15:06:52
  • 분류 : 자유마당

헌법과 국민의 기본권, 그리고 민주주의

-기본권 보장, 어느 나라보다 포괄적이며 미래지향적-

 

김상겸(동국대 법대 교수)

 

우리 헌법 72년 부침의 역사

한 국가의 최고법을 헌법이라고 한다. 국가의 최고법이 헌법이란 명칭으로 처음 등장한 것은 1787년 미국의 연방헌법이다. 그 이전에 헌법은 권리장전으로 불렸다. 1689년 영국은 권리장전을 제정했고, 1776년 미국의 버지니아주도 오늘날의 헌법인 권리장전을 제정했다. 1789년 프랑스는 시민혁명을 통하여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을 했고, 이를 바탕으로 1791년 헌법을 만들었다.

근대국가가 독립국가임을 표방하는 행위는 헌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조선으로부터 탈바꿈한 대한제국도 1899년 헌법에 해당하는 대한국국제를 제정하여 독립국임을 선언했지만, 1910년 일제의 침탈로 식민지화되면서 영토와 주권을 상실했다. 우리 민족은 1919년 상해에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임시헌법을 제정하면서 일제에 대항하였지만 우리의 독립운동은 국제사회에서 국가행위로 인정받지 못했다. 1945년 일제의 패전으로 우리나라는 해방됐지만, 우리 의사와 무관하게 남북으로 분단됐다.

우여곡절 끝에 한반도의 남쪽만으로 1948510일 총선거가 실시됐고 제헌의회가 구성됐다. 제헌의회는 1948717일 대한민국을 국호로 하는 헌법을 공포했다. 그 후 발췌개헌과 사사오입 개헌으로 헌법개정 절차를 위반한 헌법으로 운영됐던 제1공화국은 부정선거로 무너졌고, 의원내각제의 정부형태를 선택했던 제2공화국도 무능과 혼란에 이은 군사쿠데타로 붕괴됐다. 군사정부는 1962년 대통령제의 제5차 개정헌법을 통과시켰고, 이 헌법으로 1963년 제3공화국이 출범했다. 군사정부에서 민간정부로 변신했던 제3공화국은 1967년 현직 대통령의 3선 개헌에 이어, 1972년 제7차 개헌인 유신헌법을 통하여 제4공화국이 됐다. 긴급조치로 국민을 억압했던 유신정부는 1979년 비극적으로 막을 내렸고, 1980년 또 다른 군사쿠데타는 제8차 개헌을 통하여 새로운 체육관 대통령을 등장시켰다. 집권 내내 국민의 민주화 요구로 혼란을 경험했던 제5공화국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의 제9차 개헌으로 수명이 끝났고, 1988년 제6공화국이 시작됐다.

우리나라는 1948년 헌법을 제정한 후 9차례의 개헌을 경험했다. 헌법상 정부형태는 제2공화국의 의원내각제를 제외하면 제1공화국에서부터 현 제6공화국까지 대통령제이다. 2020717일이면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된 지 72년이 되는 날이다. 매년 717일은 대한민국 헌법 공포를 기념하는 제헌절로 국경일이다. 헌법적으로 제헌절은 건국을 알리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은 33년의 세월 동안 여러차례 정권교체를 경험했다. 현행 헌법은 20세기에 개정되어 21세기 디지털 정보사회로 넘어오면서 시대변화에 따른 각종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개헌 요구가 시작되면서 각계각층의 개헌안과 대통령의 임기개정을 위한 소위 원포인트 개헌안이 나오기도 했다. 그동안 국회는 헌법개정을 위한 연구회도 만들었고, 특별위원회를 설치하여 개헌안을 만들기도 했다. 2018년에는 대통령에 의한 개헌안이, 2020년초에는 국민도 모르는 가운데 국회에서 헌법개정과 관련하여 원포인트 개헌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헌법은 역사적 경험 속에서 개헌절차를 이원화하여 개헌을 어렵게 하고 있다. 헌법은 국가의최고법이면서 기본법이기 때문에 개헌이 갖는 의미는 어떤 국가작용보다 중요하다. 국민주권국가에서 개헌은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어야 한다. 민주국가에서 국민의 의사는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여 개헌에는 국민의 의사가 담긴 시대정신을 충분하게 반영되는 것이 필요하다.

 

헌법적 가치 있으면 명문 없어도 기본권으로 인정

현행 헌법은 전문과 본문 및 부칙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사를 통하여 형성된 헌법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기본권이다. 헌법의 역사는 인권투쟁의 역사라고 할수 있다. 보편적 인간의 기본적 권리인 인권은 국가의 헌법질서 속에서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된다.

국가의 기본 법질서인 헌법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은 당연한 법리이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권은 외국인에도 보장되며, 국민으로서 누려야 할기본권은 상호호혜의 원칙에 따라 제한적으로 외국인에 보장된다. 왜냐하면, 외국인은 국민주권론에 따른 주권자가 아니며 국가의 구성원인 국민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행 헌법은 제2장에 국민의 권리와 의무라는 제목 아래에 제10조부터 제37조 제1항에 기본권을 나열하고 있다.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1962년 제5차 개정헌법에서 들어왔고, 같은 조의 행복추구권은 1980년 제8차 개정헌법 때 도입됐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독일 기본법에서, 행복추구권은 미국버지니아주 헌법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헌법 제11조의 평등권과 평등원칙은 모든 국가의헌법에 있는 내용이지만, 12조의 신체의 자유에서1987년 제9차 개정헌법에서 도입된 적법절차 원칙은 미국 연방 수정헌법 제5조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런 기본권 조항들을 보면 우리나라 헌법은 독창적인 헌법은 아니다.

현행 헌법의 기본권 조항들을 보면 1948년 제정된 헌법의 기본권 조항에서 크게 변한 것은 없다. 소위 건국헌법 또는 제헌헌법이라 불리는 1948년 헌법은 평등권으로부터 시작하여 신체의 자유 등의 자유권, 교육을 받을 권리 등의 사회권, 청원권과 재판청구권 등의 청구권, 선거권 등의 참여권 및 열거되지 않은 권리등으로 기본권을 나열했다. 이 조항들은 헌법개정 때마다 하나씩 추가되면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평등권, 자유권, 참여권, 청구권과 사회권 등의순서로 현행 헌법에 열거되어 있다. 우리나라 헌법은 처음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헌법적 가치를 갖는 권리를 기본권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는 국민의 알 권리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인정했다. 우리나라는 현행 헌법의 규정을 통하여 얼마든지 기본권을 추가할 수 있고, 그 외형을 확대할 수 있다.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헌법의 태도는 자연법적 시각을 갖고 열려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개방적이며 역동적이다. 헌법은 정당의 자유, 경제활동의 자유, 소비자의 권리 등을 담고 있는 다른 조항들도 가지고 있어서 기본권의 범위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그리고 헌법은 국가의 기본권 보장의무, 기본권의 제한을 최소화하는 법률유보 원칙과 본질적 내용의 침해금지원칙 등을 통하여 기본권의 최대한 보장을 추구함으로써 실질적 법치국가를 지향하고 있다.

 

우리 헌법, 미래지향적 · 포괄적 기본권 보장

우리나라 헌법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에 대해서는 명문의 규정이 없어도 열거되어 있는 기본권에 포함되어 있다고 본다. 생명권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전제가 되는 인간의 존재에 대한 권리라는 점에서 보장하고 있으며, 자유로운 인격의 발현을 위하여 전제가 되는 인격권, 자유의사에 의한 광범위한 행동의 자유,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건강을 훼손당하지 않을 혐연권 등은 관련 기본권 조항을 통하여 보장된다.

그리고 국교의 불인정과 정교분리원칙에 따라 종교의 자유가 더욱 구체적으로 보장되고, 무죄추정원칙과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 및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 진술권 등을 통하여 재판청구권의 보장은 더욱 강화되며, 범죄피해자의 구조청구권을 통하여 청구권의 보장범위가 더욱 확대됐다. 현행 헌법상 기본권 조항들이 천부적 후천적으로 모든 기본권을 포함한다고 볼 수는 없어도, 기본권의 보장에 있어서 세계 어떤 국가의 헌법보다도 포괄적이고 미래지향적이다.

헌법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를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은 국민의 모든 기본권은 필요한 경우에만 제한할 수 있다고 함으로써, 기본권이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리고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로만 하도록 하고 있으며,이 법률마저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법률심판을 통하여 효력 유무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대의제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공화국으로 법치국가 원리에 기초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민주공화국은 민주주의에 기초하고있는 공화국이며, 공화국은 공화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국가를 의미한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하여 헌법 제1조 제2항은 국민주권을 선언하면서 모든 국가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규정하여 국민은 국가구성원으로서 국가권력의 주체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여기서 대한민국은 사회주의와 전제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국가가 아님을 천명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을 이념적 기초로 하는 국민의 자기지배적 정치원리를 말한다. 민주주의는 우리나라 헌법의 전체를 지배하는 기본원리이다. 민주공화국에서부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통일정책의 수립 추진, 정당의 목적과 조직 및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고, 자유권과 평등권 및 참여권의 보장, 경제의 민주화 등 헌법은 전반에 걸쳐 민주주의를 수용하고 있다.

민주주의에는 자유가 핵심적인 이념이며 요소이고, 민주주의에서 평등은 자유를 구체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합리적 차별을 통한 실질적 평등을 의미한다. 민주주의에서 자유는 무절제한 자유가 아니며, 평등은 획일적 평등이 아니다.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완벽하지 못한 인간이 만든 법이 완벽할 수 없다. 그래서 완벽한 헌법은 불가능하며, 헌법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수용할 수도 없다. 헌법은 기본권을 절대적으로 보장하지 않는다. 헌법상의 기본원리인 민주주의 원리는 모든 것을 수용하지 않는다. 기본권의 주체인 국민은 국가구성원으로서의 신분과 개인으로서 신분에서 기본권을 보장받는다.

우리나라 헌법개정의 역사를 보면 주로 국가권력의 문제로 인한 개정이었다. 현행 헌법에 대한 개정논의는 주로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한의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권력분립 원칙의 핵심인 견제와 균형에 부합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시대정신을 반영해야 하는 헌법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개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헌법은 국가법이지 국제법은 아니며, 국가의 최고규범으로서 국민을 보호하는 법이지 인류의 보편적인 법은 아니다. 국가의 최고규범으로서 헌법은 국가의 안전보장을 통하여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자유와권리를 보호하는 법이다. 제헌절은 건국을 법으로 확인한 국경일이다. 우리는 제헌절에서 헌법의 의미를 되새겨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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