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리민복과 사회통합] 한국 자유민주주의의 전개와 특성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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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3-02 17:01:46
  • 분류 : KFF뉴스


[국리민복과 사회통합] 한국 자유민주주의의 전개와 특성 1
강원택 I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 식민지로부터 벗어난 한반도는
미국과 소련에 의해 양분되었고 그 이후의 정치적 전개 과
정 역시 미국과 소련 간의 냉전, 그리고 내부적으로 격렬한
이념적 대립으로 점철됐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출범했다.
미국이라는 외부적 힘의 영향
하에 신생 대한민국은 이미 출범
당시 ‘자유민주주의 국가’였다. 역
사적으로 자유주의자들과 민주주
의 세력 간의 첨예한 갈등 및 투쟁
을 겪은 후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성립을 보았던 서구의 경
우와 달리 한국에서는 자유주의의 등장, 그리고 보통선거
권의 확립과 같은 민주주의 정체의 확립과 같은 과정을 겪
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처음부터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
수립됐으며, 보통선거권과 같은 민주주의 제도 역시 출범
부터 부여됐다.
이 때문에 민주주의가 처음부터 자유민주주의로, 즉 완
제품으로 도입되었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줄여 부르거나 민주주의라는 말로써 자유민주주의를 표현
하는 데 어색함이 없었다.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
었다. 하나는 절대적 의미로서, 또 다른 하나는 상대적 의미
로서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이다. 남북 분단의 상황에서 자
유민주주의는 공산주의에 대항하는 체제, 즉 반공체제로서
의 의미가 불가피하게 부여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이 공산
주의를 채택하면서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는 그 상대적
의미로서 공산주의에 대한 반대, 반공 체제의 속성을 갖게
되었다. 절대적 의미로서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는 그 체제
가 갖는 기본적인 제도적 속성과 원리에 대한 강조이다.
한국에서 자유민주주의는 서구에서처럼 사회 구성원 대
다수의 관심과 참여 속에서 갈등과 대응이라는 역사적 과
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자유주의적 가치와 이
상이 사회 구성원들 일반에 내면화되어 하나의 신념 체계
로서 견고하게 지지되기에 앞서 공식 지배 이념으로 확립
됨에 따라 한국에서 자유주의는, 공식 지배이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전개 방향을 제시하는 일정한 기준으로
작용하거나 또는 일관된 힘을 가지고 현실을 규정하기보다
오히려 정치사회적 상황에 의해 그 내용이나 기능이나 역
할을 오히려 규정 당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자유민주주의가 공동체의 대다수 구성원이 참여하여 역
사적으로 쟁취된 변혁의 결과라기보다 미국이라는 외재
적 요인, 그리고 정치 엘리트를 중심으로 한 제한된 범위
의 참여는 이후 한국의 정치의 전개 과정에서 자유주의적
원리와 가치가 쉽사리 유보되거나 경시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사상과 양심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국가 권력을 제
한하는 입헌주의와 제한 국가의 원리 등 자유주의의 일반
적 가정과 제도들은 민주주의의 필수적 구성 요소이다. 그
러나 한국 정치사에서 자유민주주의는 오랜 기간 동안 오
용되고 남용되어 왔다. 자유주의는 극단적 반공주의와 동
일시되었고, 또 한편으로는 극우 보수의 이념으로 폄하되
어 부정의 대상으로 간주되기도 했다.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자유주의적 요소가 제대
로 구현될 수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과거 한국이 ‘강한 국
가, 약한 시민사회’의 구조였기 때문이다. 한국은 해방 직후
일본 식민 통치의 제도와 구조가 그대로 온존해 있었다.
민주화 이후에도 이러한 경향은 계속됐다. 절차적 민주
주의의 확립, 법치주의 확립과 권력 분립에 의한 견제와 균
형의 원칙 등이 87년 체제의 핵심적 요인이었기 때문에 그
이후의 정치적 전개 과정 역시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부정
적 유산에 대한 처리, 절차적 민주주의의 확립, 권력 간 견
제와 균형 등이 강조됐다. 또한 정치자금, 선거운동 등에
관련된 규정의 합리화, 공정한 선거 규칙의 제도화, 선거구
획정의 대표성과 공정성 강화, 1인 2표제 도입 등 절차적
민주주의 역시 강화되었다. 또한 지방자치제의 실시, 국회
의 권한 강화, 사법부의 정치적 독립성 강화는 권력 간 견제
와 균형의 강조라는 점에서 이해
할 수 있다. 이처럼 민주화 이후에
도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는 통치
구조와 관련된 측면에 자유주의
가 전제하고 있는 국가로부터 개
인의 자유, 시민사회의 독자성은
여전히 확립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볼 때 한국에서 자유민주주의는 반공
산주의, 즉 자유와 시장경제의 보존을 위한 국가 안보의 강
조와 국가의 시장 개입을 정당화하는 사실상의 국가주의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항세력의 자유민주주의는 국가
주의 원칙에 대한 거부를 표현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절차
적 민주주의에 더 비중을 두어왔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민주화 이후에도 크게 변화하지 않은 채 오늘날까지 이어
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사실 자유주의는 그동안 충분히 사
회적인 논의를 거치지 못했다. 자유와 관용, 다양성에 대한
존중, 법의 지배 등 자유주의의 핵심 가치들은 오늘날 특히
국가보다 시민 개개인의 기여와 역할이 중요해진 시대에
보다 큰 의미를 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보다 큰 관심
과 활발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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