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차 당 대회 이후 북한의 대남.대미.대중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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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1-02-01 13:44:33
  • 분류 : 자유마당

8차 당 대회 이후 북한의 對南·對美·對中 관계

대화통한 동북아 문제 해결 원하는 각국의 선택은?

 

전현준(국민대 겸임교수)

 

조선노동당 8차 당 대회: 대외 압박과 대화의 2중주

북한은 202115일부터 13일까지 8일간 조선노동당 제8차 당 대회를 개최했다. 우리의 관심은 김정은이 어떤 대남 및 대미 정책을 내놓을 것인가였다. 결과는 새로운 전략 로선없이 기존의 () 체제안전보장, () 비핵화에 해당하는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 포기및 남한의 한미합동군사훈련 중지로 나타났다.


김정은은 북미 및 남북 대화와 관련하여 미국 및 남한의 대응 태도에 따라 응대하겠다고 하면서 남한 및 미국이 대화나 대결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했다. 북한이 대화이든 대결이든 먼저선택하지 않고 북한의 요구사항에 대한 미국 및 남한의 반응을 보면서 맞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한미합동군사훈련 중지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는 모두 북한의 비핵화문제와 연동되어 있어서 남한 및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프로그램 제시없이 일방적으로 선택하기는 어려운 문제라는 것을 김정은이 잘 알면서도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이유는 근본문제 해결을 으로 실리를 챙기겠다는 전술이다.


우리는 북한의 공식 입장을 해석할 때 행간(숨은 의도)을 잘 읽어야 한다. 김정은의 대외 강공책은 역설적으로 대화를 원하고 대화를 이끌어 내려는 의도라는 점에서 김정은이 보인 대남 및 대미 태도는 대화에 대한 기대라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그가 당 대회를 전후한 기념 도발, 미국의 신정부 출범에 따른 대미 기선제압 도발도 하지 않은 것은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고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미국은 신정부 출범으로 당장 북미 대화에 임하기 어려울 것이고 남한은 문재인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전향적인 대북 정책을 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갈 길이 바쁜 김정은으로서는 대북 제재가 지속되어 경제가 악화되는 상황을 군사력을 통해 단칼에 해결하고 싶겠지만 그 후과가 너무 크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한 선택이다.


따라서 김정은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남한 및 미국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는 것을 기다리는 동안 주민들이 일신단결하여 자력갱생을 통해 상황을 정면돌파해 나가는 길밖에 없는 것이다. 주민들이 인내(고난의 행군)하는 동안 김정은은 어떻게든 대화국면을 조성하여 제재로부터 벗어나야 하는 어려운 입장에 처해있다. 그가 외형적으로는 강공책을 펴지만 내심으로는 남한과 미국의 대화제의를 기대하는 이중적 태도를 취한 이유이다. 김정은의 강 대 강, 선 대 선정책은 결국 대화대결모두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 ‘대화 50%, 대결 50%’의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고 우리는 긍정적 세계관을 가지고 대화 가능성 50%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전략적 선택(전투가 아닌 전쟁승리 방략)’ 여부에 따라 ‘3년 전 훈풍의 도래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견제와 관계 유지 병행의 대남 기미(覊縻)’ 전략

김정은은 남북관계의 냉각 책임을 남한에 전가하면서 남한의 첨단군사장비 반입과 한미 합동군사연습 중지를 포함한 남북 합의 준수를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그는 남한이 남북 간 근본 문제보다는 방역협력과같은 비본질적인 문제들을 대화 주제로 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남한 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남북관계가 “3년전 봄날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하여 대화여지를 남겼다.


이것은 20181월처럼 북한이 선제적으로 전향적인 조치를 낼 생각은 없지만 문재인 정부가 선제적인정치군사적 대북 정책 전환을 시행하면 대화하겠다는 의미이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의 주도적 역할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3월의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입장이 시금석이 될 것 같다. 김정은의 대남 이중 전략은 조선 광해군이 1608년 이후 후금(後金)에게 구사한 기미(覊縻) 전략, ‘견제하되 관계는 유지하는 전략을 구사한 것과 유사하다.

 

핵무력 통한 대미 억지와 유인 이중 전략

김정은은 미국에 대해서도 미국의 대북 태도에 맞추어 맞대응하겠다는 정책을 제시하여 대화여지를 남겼다. 그는 핵전쟁억제력 강화를 주장하면서 미국이 북한을 전략적 지위에 맞는 대우를 해 주지 않고 대북 적대시 정책을 지속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최대의 주적인 미국을 제압하고 굴복시키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천명했다. 김정은은 대미 압박 수단으로 핵잠수함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 보유’, ‘15000Km사정권타격 미사일 개발등 미국이 가장 싫어하는 것을 언급했다.


이것은 김정은이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대화에 나선 이유는 북한의 대미 핵공격력 보유 때문이라고 해석하고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동일한 전술을 구사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강 대 강, 선 대 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하겠다고 말하여 미국의 대응 태도에 따라 대화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정은은 14일 저녁 개최된 당 대회 축하 열병식에 ICBM을 동원하지 않음으로써 대미 자극을 피했다. 그는 각종 최신 무기 개발 위협을 대미 억지(抑止)와 대화 유도라는 이중 목적으로 사용하였다.

 

맹방인 중국과의 합종(合從)’ 전략

경제난에 몰린 김정은은 중국과의 합종(合從)을 통해 미국의 압박을 돌파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중국을 미국의 대북 압박 지속에 대한 보험용으로 묶어 두는 전략을 선택했다. 김정은은 혈맹인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5회 회담을 큰 치적으로 내세웠다. 따라서 그는 금년에도 북중 화상(畫像)정상 회담이라도 개최하기 위해 힘쓸 것이다. 전통적으로 중국은 한반도를 만주지역 보호를 위한 완충지대로 삼았고 1592년 임진왜란 때는 항왜원조(抗倭援朝)’, 1950년 한국전쟁 때는 항미원조(抗美援朝)’를 결행했다.


시진핑 주석은 111김정은 총비서 등극에 축하를 보냈고 북한은 이에 대해 즉각 조중 특수관계(순치관계)”라는 내용의 답전을 보냄으로써 중국이라는 최후의 피난처가 있음을 미국, 일본, 남한에게 과시하려 하였다.

 

유동적인 한반도 정세와 우리의 중재외교

북한의 8차 당 대회 이후 한반도 정세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이다. 첫째, 대화국면이 조성되는 것이다. 남한이 중재외교를 통해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지한다면 남북대화가 개최되고 북미고위급 대화도 개최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와는 달리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이 한국의 역할을 받아들이면 가능한 일이다. 김정은이 8차 당 대회 시 당 간부 인사를 통해 강경입장인 대남 담당 김여정과 대미 담당 최선희를 후퇴시키고 대화통인 김영철 통전부장은 살려두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김정은을 양아치(thug)’로 혹평했으나 조건부 대화를 표명했고 블링컨 국무장관, 캠벨 백악관 인도태평양조정관,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등은 트럼프 정부의 볼턴과는 달리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화파들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1022일 대선 후보 토론 에서 핵 능력 축소 동의를 조건으로김정은과의 대화를 말하여 핵 감축 협상가능성을 시사했다.


핵 능력 축소는 핵군축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만일 바이든 정부가 오바마식+트럼프식 해법을 절충한다면 핵군축회담도 가능할 것이고, 클린턴 정부 시기의 페리 프로세스처럼 2의 페리 프로세스가 도출될 수도 있다. 바이든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검은 백조(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를 내보인다면 북미 대화도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둘째, 어떤 상황변화도 없이 미국판 전략적 인내북한판 전략적 인내가 팽팽히 맞서는 형국이다. 김정은은 경제군사적 자력갱생을 기본 축으로 내부예비를 총동원하고 주민과의 일심단결을 통해 난관을 헤쳐 나갈 것을 천명함으로써 당분간 외치보다는 내치에 주력하면서 미국 및 남한의 태도 변화를 도출하려는 북한식 전략적 인내전략(장기전)을 채택하였다.


미국도 국내정치 통합, 코로나19 퇴치, 경제회복 등 국내문제에 매몰되어 북핵문제에 집중하지 못하고 북한의 변화만을 바라는 2의 전략적 인내를 구사할 가능성이 있다.


셋째,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다. 3월 한미합동 군사훈련이 개최된다면 북한이 동해상으로 항의성 미사일을 발사하고 미국도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면 북미 간 군사적 긴장은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만일 바이든 정부가 1-2월경에 대북 강경 발언을 한다면 북한은 군사적 긴장을 조성할 수도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북한이 201011월처럼 남한에 대한 인명살상 도발을 하고 미국이 대북 군사공격을 하는 것이다. 미국 민주당은 기본적으로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이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북한정권과 같은 독재국가에 대한 군사적 공격도 불사한다. 2011년 오바마정부가 빈 라덴과 카다피를 살해한 것이 그 증거이다.


김정은, 바이든, 문재인, 시진핑 등은 모두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원하는 ‘4각 편대이다. 우리는 이 황금조합과 김정은의 50% 대화 가능성을 살려 대화재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리가 한반도의 주도권 장악을 위해서라도 3월 이전에 한미가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군사훈련 연기(축소)를 합의하고 이를 매개로 남북화상(畫像)정상회담(또는 남북 군사회담)을 개최,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켜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전쟁대비와 평화만들기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남북한은 B.C. 4세기 스파르타와 아테네가 피터지게 싸운 후 공멸한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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