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증하는 노인학대…예방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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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1-05-04 13:55:17
  • 분류 : 자유마당

급증하는 노인학대예방대책은?

노인학대의 사회적 대처방안과 과제

 

최인호(뉴스메카 전무이사)

 

판결문으로 본 코로나와 노인학대

백승협(72·가명)씨는 아들(45)이 원망스럽다. 백씨는 아들이 지난해 1월 차렸던 식당이 1년도 안 된 같은 해 11월 폐업하면서 모든 것을 잃었다. 아들이 식당을 차린다며 은행에서 공동 명의로 받은 대출금 규모가 수억원에 달한다는 걸 식당 폐업 후 알게 됐다. 아들은 연락을 끊고 잠적했지만 그 빚이 백씨를 매일 압박하고 있다. 이는 노인학대 유형 중 경제적 학대.

최근 한 언론사가 국내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해 120일을 기점으로 노인학대로 기소되고 유죄가 선고된 법원 판결문 14건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로 가해 자녀들의 가정 체류 시간이 늘면서 노인에 대한 학대 행위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4건 중 6건은 지난해 2월 대구·경북 1차 대유행 시기부터 국내 확진자 규모가 1만 명이 넘어선 4월까지 두 달간 발생했다. 폭언이나 폭행이 아닌 사망 사건도 2건이 포함됐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지난해 전국 노인보호전문기관 33곳의 노인학대 상담 건수를 분석해도 동일한 양상을 띤다. 전체 상담 건수는 코로나 확산기와 겹치는 양태가 반복됐다. 국내 1차 대유행 시기인 지난해 229321일 상담 건수는 8539건으로, 전년(7227) 대비 18.2% 늘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시기(322419)부터는 전년보다 20.6%가 폭증했다. 반면 거리두기가 완화된 기간(42055)에는 상담 건수 증가도가 7.7%로 떨어졌다.

판결문상에도 코로나 집콕’, ‘홈술의 연관 관계가 나타난다. 유죄가 선고된 노인학대 14건 중 10건이 가해 자녀의 음주 상태에서 발생했다. 지난해 4월 경기도 용인에서 어머니 A(95)씨가 술을 먹는 아들을 나무라다 폭행당해 숨졌다. A씨는 146, 43로 왜소한 데다 거동도 불편해 방어조차 불가능했다.

지난해 322일 전남 해남군에서는 술을 살 돈 2000원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년의 아들이 어머니를 구타했다. 14건 중 피해자가 어머니인 경우가 8, 아버지 5, 부모 모두가 폭행당한 사건이 1건이었다. 가해자는 아들이 9건으로 많았고, 딸이 1, 그 외 4건은 판결문상으로 성별이 명시되지 않았다.

노인학대는 부모에게는 억장이 무너지는 고통이지만 현실에서 신고·처벌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노인학대 상담 규모뿐 아니라 월별로 집계된 노인학대 판정 건수도 모두 전년 대비 급증했지만 실제로 기소돼 처벌을 받은 건수가 극히 적은 현실을 방증한다.

두영택 광주여대 물리치료학과 교수(이학박사)노년층 부모들이 자녀의 일회성 실수로 치부하며 눈감아 주거나 부끄러운 일이라 여겨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자녀가 전과자가 되는 걸 원하지 않아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히는 피해 부모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14건의 판결문 가운데 9건에서 자녀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피해 노인들의 읍소가 기재돼 있다. 아동학대처벌법처럼 학대 발견자에게 신고 의무를 부과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노인학대를 처벌하는 노인학대 방지 특별법입법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박호근 사단법인 치안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노인학대를 처벌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가족으로 함께 살아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대 방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통한 예방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노인 급증·노인학대 충격적 수준

2016614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5년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노인학대 신고 건수가 11905건으로 전년보다 12.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통적인 대가족의 해체와 함께 연륜을 존중하는 사회적 정서는 물론이고 최소한의 예의범절마저 사라져버리는 게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노인학대 3건 가운데 1건은 아들이 가해자였다.

가장 가까운 혈연관계에 있는 직계비속이 주된 가해자라니 참담하다. 배우자와 딸, 며느리를 포함하면 가해자 중 가족이 70% 가량을 차지했다. 유형별로는 정서적인 학대가 전체의 37.9%로 가장 많고 신체적 학대도 25.9%로 높은 비중을 보였다. 노인들로선 가족을 가까이하는 것 자체가 두려울 만하다. 노인의 평균수명이 늘고 배우자와의 삶의 기간이 연장되는 추세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부부간 학대나 자녀에 의한 학대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노인학대는 신체적·정신적 폭력은 물론이고 경제적 착취, 가혹 행위, 유기·방임 행위가 모두 해당한다. 노인을 제한된 공간에 가두고 소득이나 재산, 임금을 가로채거나 임의로 처분하는 행위,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보호하지 않는 행위, 노인을 이용한 구걸 행위 등이다. 캐나다에선 노인 학대 피해자가 한 해 75만 명에 달했고 10여 년 전보다 배로 늘었다는 보고서가 최근 공개됐다. 캐나다의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은퇴연령에 접어들어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노인 학대가 충격적인 수준에 이르렀다는 내용이었다.

세계 곳곳에서 노인학대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노인학대는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주로 가족 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은폐할수록 상습적인 학대로 이어진다. 본인이나 주변 사람의 적극적인 관심과 대처가 필요하다. 근본적으로는 노인의 생계와 법률·의료·주거를 위한 지원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노인학대, 사회문제로서의 인식을 위한 교육·홍보

노인층의 경제적, 사회적 자립도를 높여 가정 내 갈등과 충돌의 소지를 줄일 수 있는 장기적 대책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전한 가족 윤리의 회복이다. 부모를 학대하는 자식은 자신도 미래에 같은 일을 당할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한다.

인륜을 저버린다면 짐승과 다를 바 없다. 사람의 도리를 가르치는 것은 사회적 책무이기도 하다. 가정과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에 문제가 없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노인학대에 대한 사회적 대처방안은 크게 노인학대의 예방대책과 노인학대 피해자 보호대책 노인학대 가해자 처벌 및 치료 등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노인학대는 주로 가정 내에서 가족원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실제로는 우리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자주 발생하고 있으나 가정 내의 문제가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려하는 우리 문화의 특성과 일반인들의 무관심으로 큰 관심을 끌지는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회에 노출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념 정립과 사회문제로서의 인식 확대를 위한 대국민 교육·홍보 등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대부분 노인들의 경우 자녀들에 의한 학대를 경험하여도 자녀들이 처벌받는 것을 염려한 나머지 법에 호소하거나 신고하지 않고 있다. 자식을 신고함으로써 오는 죄책감이나 그로 인하여 학대가 더욱 심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등으로 노부모 학대는 은폐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노인학대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을 실시하여 노인학대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과 가족들의 부적절한 행위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노인학대 예방을 위한 상담서비스 제공

노인을 부양한다는 것은 가족들에게 스트레스가 되거나 긴장을 야기시키는 요인이 된다. 대안적 부양자나 지원이 유용하지 못할 때 부양자와 노인 중 어느 쪽을 학대자와 피해자로 분류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학대자와 피해자 모두를 위한 상담서비스 제공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전문상담기관의 확충과 전문 상담인력의 양성 등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학대를 경험하는 노인들 중 학대에 대한 대책으로 무조건 피한다는 경우 적당히 피할 곳이 없어 배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학대 노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이 필요하다. 가정폭력 관련법에 의해 현재 운영되고 있는 보호시설은 주로 남편에 의한 아내 학대의 피해자 및 그 아동을 위한 시설로서 노인들을 위한 시설은 미비하다. 따라서 기존의 노인복지시설 등을 이용하여 노인학대 피해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노부모 학대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법 적용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는 가정폭력도 일종의 범죄로 간주하고, 가정폭력을 행하는 자를 처벌하도록 되어 있다. 이와 같이 심한 폭력이나 학대를 반복적, 상습적으로 행사하는 가해자의 경우 엄격한 법 적용을 통해 노부모에 대한 학대나 폭력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지속적인 학대의 경우 학대 피해자의 보호를 위해 가해자 감호시설의 설치 등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노인학대의 원인도 학대자 개인의 정신병리학적인 요인이나 사회적인 요인 등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될 수 있다. 학대자 개인의 정신병리학적인 요인일 경우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가해자 치료프로그램 개발 및 전문가와의 상담 등을 통해 치료해야 한다.

노인학대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보다도 노인복지서비스의 미비이다. 병든 노인을 그대로 방치하거나, 노인 유기(遺棄)와 같은 극단적인 노인학대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수발의 보충, 지원할 수 있는 노인요양서비스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노인을 돌보고 있는 가족 구성원들이 경제적·정신적으로 지쳐서 학대의 상태로 가지 않도록 노인부양에 대한 사회적 원조시스템의 구축에 우리 국민들의 관심과 정치권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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