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자격증이 필요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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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1-10-05 09:44:40
  • 분류 : 자유마당

부모 자격증이 필요한 세상

 

김경란(광주여자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현대사회를 우리는 흔히 뷰카 시대라고 말한다. VUCA란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을 말하는데 지금 우리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사회는 더욱 변동성이 커지게 되므로 불확실성과 모호성이 더 높아지고 복잡해질 것이므로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역할도 좋은 의도나 사랑만으로 수행할 수 없다. 그래서 예측할 수 없는 시대에 최적화된 사회구성원으로서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서는 부모도 충분한 지식, 끊임없는 노력과 준비, 지혜로운 대처능력이 필요하다.

부모에게 자식은 매우 소중한 존재다. 얼마나 자식이 소중하면 자식을 빗대어 금으로 된 가지와 옥과 같은 잎이라는 의미에서 금지옥엽(金枝玉葉)’이라 했으며, 요즘도 주변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식이라는 말도 있다. 그렇기에 부모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소중한 자녀의 삶은 물론 부모로서의 자신의 삶에도 중요한 것이다.

 

자녀의 존재가 부모의 삶에도 영향 줘

그런데 세상에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이 많지만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자식 농사이고, 그래서 자식은 정말 마음대로 안 된다는 부모들의 단골 멘트도 듣는다. 왜냐하면 아이도 사유하는 인간이므로 늘 부모의 예측을 빗나가고 게다가 부모는 이미 오래전 유년기를 보냈기 때문에 시대적 변화가 많은 우리 사회에서 성인이 되어버린 부모는 자신의 기준과 시선으로 자녀를 바라볼 때 부모와 자녀의 심리적 거리는 더 멀어지게 된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은 자녀를 어떤 시선으로 보아야 하고 어떻게 양육해야 하는지, 어떻게 자녀와의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모르겠다는 고충을 토로하기도 한다.

한편 자녀를 잘 양육하고 싶은 마음은 크나 어떻게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몰라 부모역할에 대한 부담이 버거워서 무자식이 상팔자다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최근 유럽 인구학 저널(European Journal of Population)’에 게재된 스웨덴 스톡홀름대의 연구팀은 자녀가 있는 사람이 자녀가 없는 사람보다 오래 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생물학적으로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부모는 물론 입양 부모 역시 자녀가 없는 성인보다 사망률이 낮았

. 이 연구 대상은 1915년부터 1960년 사이에 태어난 400만 명 이상의 성인의 의료 기록을 분석하였는데 자녀의 출산과 입양을 조사하고 다시 이들의 사망률을 조사하여 연관성을 본 연구 결과다. 우선 생물학적으로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은 오랜 기간의 의학적 연구 결과 유방암이나 자궁암에 걸릴 위험이 낮다는 통계와 본 연구 참가자들의 의료 기록이 일치했다.

그리고 남성의 경우도 자녀가 있는 경우는 자녀가 없는 사람보다 사망률이 낮게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마틴 콜크 박사는 아이들의 존재가 부모의 생활 방식에 변화를 유발했기 때문에 더 건강해질 수 있고 자녀가 없는 사람들보다 사고위험이나 질환을 겪을 가능성이 낮았다라고 최종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처럼 부모역할이 어렵고 힘들지만 자녀양육을 통해 사고위험이나 질환의 가능성이 낮아질 만큼 삶의 의미와 기쁨을 가질 수도 있다. 그렇기에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라면 자녀를 통해 삶의 의미와 기쁨을 느끼고 성공적인 자녀 양육을 하기 위해 긴 시간 인간발달에 관해 연구한 많은 학자들의 기초적인 인간발달 이론을 알고 이를 자녀 양육에 적용하고 실천하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보육과 양육의 좋은 때발견이 중요

우선 자녀의 임신과 출산, 양육하는 긴 기간 동안 꼭 알아야 하는 기본적인 이론으로 로렌즈(Lorenz)의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에 관한 이론과 매슬로우(Maslow)의 인간의 5단계 욕구위계설이 있다. 로렌즈의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 개념은 흔히 응급상황에서 사용되는 골든타임과 같은 의미로 인간의 발달과정에서 학습이나 습관 형성 등 무엇인가를 하기에 제한된 시간인 좋은 때가 있다는 의미다.

동물학자인 로렌즈(Lorenz)는 알에서 갓 깨어난 새끼거위가 정해진 시간 동안에만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어미거위로 알고 따라다니는 것을 발견했다. 알에서 갓 깨어난 새끼거위에게 어미거위 대신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었더니 새끼거위들이 로렌즈를 어미거위로 알고 쫓아다녔다. 그런데 새끼거위가 알에서 깨어난 지 하루 이상 시간이 지나면 움직이는 대상을 보여주어도 따라다니는 행동을 하지 않게 되는데 새끼거위는 오직 어미거위 곁에서 있을 때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갓 태어난 새끼거위는 단지 하루만 어미거위를 보고 따라다닐 수 있도록 선천적으로 각인(imprinting)의 유전자가 DNA에 내재돼 태어난다는 것이다.

새끼거위가 어미거위를 따라다닐 수 있는 능력이 발달되는 시간이 하루로 정해진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경험하고 배우기에 좋은 때가 분명 있으며 개별적으로 자녀가 흥미를 갖고 반복하는 때가 발달하기에 좋은 결정적 시기라는 것을 인식하고 민감하게 자녀의 요구를 파악하고 자녀의 관심과 흥미를 존중하면서 지원한다면 자녀는 더 많은 발달을 이뤄낼 수 있다.

예를 들면, 인간의 성품과 충동을 조절하는 뇌 발달은 10-12세까지가 좋은 때인데 사춘기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은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우리아이가 왜 그럴까?’라고 생각하며 근심이 많아진다. 그런데 과학의 발달로 우리의 뇌에 대한 사실들을 보면 사춘기 자녀들이 부모에게 반항하는 모습이 당연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평균 10-12세가 되면 그동안 사용하지 않던 뇌의 영역을 가지치기하면서, 성인이 되어서 필요한 뇌 영역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뇌 활동이 매우 활발해지는 중요한 시기라고 한다. 10-12세부터 감정을 조절하는 뇌의 전두엽이 폭발적으로 발달하는데 그동안 배워서 아는 지식은 많지만, 이것을 소화하고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은 미약하기 때문에 아이들 자신도 감당하기 어려워 혼란스러워한다고 한다.

마치 우리가 좋은 음식을 먹었지만 음식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소화불량 상태가 된 것과 같은 이치다.

 

자녀의 욕구 관심 갖고 자아실현 충족시켜 줘야

그리고 뇌과학이 발달되기 이전 매슬로우는 인간이 가진 욕구는 5종류이며 욕구는 각기 단계가 있는 위계로 설명하였는데 첫 번째 단계의 욕구가 충족되어야만 두 번째 단계의 욕구를 채워나가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전 단계의 욕구가 충족된 이후에 다음 단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는 욕구위계설 이론이다.

첫 번째 단계는 배고픔과 수면, 배설 등 생리적 욕구, 두 번째 단계는 자신이 현재 위협받지 않고 편안하다는 것을 믿고 안심할 수 있다는 안전의 욕구, 세 번째 단계는 자신이 외톨이가 아니고 집단에 소속되어 있으며 이 집단에 속한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인정을 받고 있다는 소속감과 애정의 욕구, 네 번째 단계는 자신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귀하고 소중한 사람으로 존중받고 있다는 자아존중감의 욕구를 충족해야 한다. 끝으로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알고 이를 위해 자신의 인생을 걸고 노력할 수 있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발휘된다고 했다.

결국 아이들은 배가 부르고 충분한 수면을 취한 이후에서야 자신의 신체적인 안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욕구를 채워가기 위한 방법을 알고 싶어 한다.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낀다면 그다음에는 자신이 속한 가정에서 부모의 애정을 받고 학교나 학원에서 또래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소속감과 애정에 대한 욕구가 채워져야만 자신이 소중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부모와 또래에게 사랑과 인정을 받는다는 확신이 있을 때 자신에 대한 존중감을 느끼고 가장 최상위 단계의 욕구인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위해 노력하고 성취하기 위해 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는 노력을 할 수 있다. 이처럼 매슬로우는 생존권, 안전, 소속감과 애정에 대한 욕구를 모두 채웠을 때 자신이 되고자 하는 자신의 인생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투입하면서 노력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유아는 물론 성인기까지 인간발달에 대한 일반적인 이론 중 결정적 시기 이론과 인간의 욕구위계설 이론은 부모라면 늘 염두에 두고 자녀가 지금 무엇을 하기에 좋은 때인지, 그리고 내 아이가 지금 어떤 욕구를 채워가고 있는지 민감하게 파악해야 한다.

자녀의 성공을 원하는 부모라면 자녀에게 가장 좋은 때를 허락하고 자아실현을 위해 어떤 욕구를 채워 주어야 하는지 민감하게 알아봐야 한다. 부모로서 자녀양육에 대한 이론을 인식하고 이를 양육 실제에 적용하는 노력을 한다면 자녀는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이 더욱 가득한 세상에서도 좋은 때자아실현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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