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와 그 대처를 위한 미디어교육 (上) -이봉현 한겨레신문 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 No : 2567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9-07-02 16:17:55
  • 분류 : 자유마당

뉴스가 가짜일 수 있는가? 적어
도 십 년 전만 해도 ‘가짜뉴스’
는 ‘뜨거운 얼음’처럼 어색한 말이었
다. 친구들과 식당에서 뭘 두고 말싸
움을 벌이다가도 “신문에 났다”는 말
한마디면 정리가 되곤 했다. 이렇듯
적어도 뉴스는 진짜라고 믿었다. 가끔
가짜뉴스가 나오긴 했다. 이는 너무
진지한 세상에 ‘쉼표’ 삼아 던진 농담
이었다.
만우절에 위트 있는 가짜뉴스를 내
보내는 것은 유럽 언론의 전통이었다.
많이 알려진 것으로는 영국 공영방송
인 BBC가 1957년에 내 보낸 ‘국수가
열리는 나무’뉴스이다. BBC는 한 프
로그램에서 “이상 고온으로 스위스에
서 스파게티국수가 나무에서 열리는
일이 일어났다”며 어머니와 아들이 함
께 나무에서 국수를 따내는 화면을 내
보냈다. 이는 미리 국수를 나뭇가지에
걸어놓고 찍은 가짜 영상이었다. 뉴스
가 나가자 여러 사람이 BBC에 전화해
“‘스파게티 나무’를 심고 싶은데 어디가
면 구할 수 있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이렇게 일 년에 한 차례 만우절 농
담을 하던 낭만도 옛일이 됐다. 유럽
의 언론사들은 더 이상 만우절용 가짜
뉴스를 만들지 않는다. 가짜뉴스가 너
무 많아져 골칫거리이기 때문이다.
구글 검색어 추이를 보여주는 창에
‘가짜뉴스’란 단어를 넣으면 그래프
가 뜨는데, 거의 바닥을 기다가 2016
년 중반부터 갑자기 검색 빈도가 치솟
는 걸 볼 수 있다. 이 때 무슨 일이 있
었을까? 바로 미국 대통령 선거였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맞붙은 본선은
물론이고, 그 전의 경선국면에서 부터
가짜뉴스가 관심을 끌더니 대선 종반
으로 갈수록 이를 둘러싼 혼란과 논란
이 가열됐다.
이 대선 국면에서 문제가 된 대표적
인 가짜뉴스는 “프란치스코 교황, 트
럼프를 지지하는 성명을 내놔 세계에
충격을 주다”, “트럼프가 미국을 떠나
고자 하는 아프리카와 멕시코 사람들
에게 무료 편도 항공권을 제공키로 했
다” 등이었다.
2016 미 대선 기점으로
가짜뉴스 현상 부각돼
대선 국면에서 흘러나온 이런 가짜
뉴스는 한 순간의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여론의 추이를 좌우하는 위력을
발휘했다. 미국의 온라인 매체 <버즈
피즈>가 미국 대선 막바지 3개월 동안
(2016년 8월~11월) 페이스북 등의 소
셜미디어에 가장 많이 유통된 진짜뉴
스 20개와 가짜뉴스 20개의 페이스북
참여도(공유+좋아요+댓글)를 비교한
기사를 실었다. 이걸 보면 가짜뉴스를
공유하고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를 누
른 건수(871만 건)가 진짜 뉴스의 그
것(737만 건)보다 높았다.
가짜 뉴스는 민감한 사안, 또는 유
명인에 대해 “눈을 확 끌어들이는” 내
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만 읽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공유행위
가 활발하게 일어난다. 그런 만큼 영
향력도 강해지는 것이다. 가짜뉴스가
현실의 문제로 비화하기도 했다. 힐러
리 캠프쪽이 아동성매매와 연관돼 있
다는 가짜뉴스를 읽고 피자가게에 들
뉴스가 가짜일 수 있는가? 적어
도 십 년 전만 해도 ‘가짜뉴스’
는 ‘뜨거운 얼음’처럼 어색한 말이었
다. 친구들과 식당에서 뭘 두고 말싸
움을 벌이다가도 “신문에 났다”는 말
한마디면 정리가 되곤 했다. 이렇듯
적어도 뉴스는 진짜라고 믿었다. 가끔
가짜뉴스가 나오긴 했다. 이는 너무
진지한 세상에 ‘쉼표’ 삼아 던진 농담
이었다.
만우절에 위트 있는 가짜뉴스를 내
보내는 것은 유럽 언론의 전통이었다.
많이 알려진 것으로는 영국 공영방송
인 BBC가 1957년에 내 보낸 ‘국수가
열리는 나무’뉴스이다. BBC는 한 프
로그램에서 “이상 고온으로 스위스에
서 스파게티국수가 나무에서 열리는
일이 일어났다”며 어머니와 아들이 함
께 나무에서 국수를 따내는 화면을 내
보냈다. 이는 미리 국수를 나뭇가지에
걸어놓고 찍은 가짜 영상이었다. 뉴스
가 나가자 여러 사람이 BBC에 전화해
“‘스파게티 나무’를 심고 싶은데 어디가
면 구할 수 있냐”고 물어봤다고 한다.
이렇게 일 년에 한 차례 만우절 농
담을 하던 낭만도 옛일이 됐다. 유럽
의 언론사들은 더 이상 만우절용 가짜
뉴스를 만들지 않는다. 가짜뉴스가 너
무 많아져 골칫거리이기 때문이다.
구글 검색어 추이를 보여주는 창에
‘가짜뉴스’란 단어를 넣으면 그래프
가 뜨는데, 거의 바닥을 기다가 2016
년 중반부터 갑자기 검색 빈도가 치솟
는 걸 볼 수 있다. 이 때 무슨 일이 있
었을까? 바로 미국 대통령 선거였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맞붙은 본선은
물론이고, 그 전의 경선국면에서 부터
가짜뉴스가 관심을 끌더니 대선 종반
으로 갈수록 이를 둘러싼 혼란과 논란
이 가열됐다.
이 대선 국면에서 문제가 된 대표적
인 가짜뉴스는 “프란치스코 교황, 트
럼프를 지지하는 성명을 내놔 세계에
충격을 주다”, “트럼프가 미국을 떠나
고자 하는 아프리카와 멕시코 사람들
에게 무료 편도 항공권을 제공키로 했
다” 등이었다.
2016 미 대선 기점으로
가짜뉴스 현상 부각돼
대선 국면에서 흘러나온 이런 가짜
뉴스는 한 순간의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여론의 추이를 좌우하는 위력을
발휘했다. 미국의 온라인 매체 <버즈
피즈>가 미국 대선 막바지 3개월 동안
(2016년 8월~11월) 페이스북 등의 소
셜미디어에 가장 많이 유통된 진짜뉴
스 20개와 가짜뉴스 20개의 페이스북
참여도(공유+좋아요+댓글)를 비교한
기사를 실었다. 이걸 보면 가짜뉴스를
공유하고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를 누
른 건수(871만 건)가 진짜 뉴스의 그
것(737만 건)보다 높았다.
가짜 뉴스는 민감한 사안, 또는 유
명인에 대해 “눈을 확 끌어들이는” 내
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만 읽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공유행위
가 활발하게 일어난다. 그런 만큼 영
향력도 강해지는 것이다. 가짜뉴스가
현실의 문제로 비화하기도 했다. 힐러
리 캠프쪽이 아동성매매와 연관돼 있
다는 가짜뉴스를 읽고 피자가게에 들
시작된 가짜뉴스 유통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먼저, 가짜 뉴스는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고 SNS를 통해 대다수 사적, 공
적 정보가 유통되면서 시작된 현상이
다. 스마트폰 이용자와 SNS 사용은 앞
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므로 그 속에
서 유통되는 가짜 뉴스도 늘어날 가
능성이 크다. 생산의 측면에서도 가짜
뉴스를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매
우 간단해 졌다. 제목과 사진, 본문을
넣으면 자동으로 기사처럼 만들어 주
는 앱과 사이트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
마든지 있다.
둘째, 기존 언론에 대한 신뢰성이
낮아지는 것도 가짜 뉴스가 번창하기
좋은 여건이 된다. 누구나 기사를 생
산하고 유통시키는 게 가능해지면서
시민들은 언론에 대해 과거와 같이 큰
기대를 하지 않게 됐다. 특히, 국내외
를 막론하고 언론이 권력 또는 금력
과 밀착해 정말 국민들에게 필요한 뉴
스와 논평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불신은 높아져왔다.
셋째, 정치적 대립이 첨예화하면서
뉴스소비자의 정파성이 강해지는 것
도 가짜 뉴스에는 유리한 환경이다.
사실 가짜뉴스는 경제적 불평등이 확
산되고 서로에 대한 혐오와 적대감이
고조되면서 정치가 ‘싸움터’처럼 된 세
계 공통의 현실에 뿌리를 내리고 있
다. 특정 정파나 정치인에게 자신의
소망을 강하게 투사하는 시민, 즉 정
파성에 강하게 지배받는 시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상대에 대한 비판과 공
격, 그리고 우리 편에 대한 변호와 옹
호다. 유리한 뉴스는 편향적이라 할지
라도 오히려 적극 수용된다. 그 뉴스
가 사실인 지 여부, 담고 있는 내용이
윤리적으로 정당한 지 여부는 크게 개
의치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목격했
듯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을 옹호하
기 위해서라면 거짓말일지라도 퍼다 나
르는 게 ‘정치 팬덤’의 속성이다.
기존 언론에 대한 신뢰성 감소도
가짜뉴스 부추켜
넷째, 뉴스의 진위를 판별하고 분별
력 있게 활용하는 뉴스 수용자의 역량
이 미흡하다. 좀 더 속이기 쉽게 만들
려는 가짜 뉴스 유포자들이 있는 한,
시민들이 일상에서 이를 뛰어넘기가
매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뉴스를 읽
으면서 팽팽하게 긴장하며 골라내는
일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언론진흥재단이 2017년 3월 온라인
을 통해 성인남녀 1084명을 조사한 결
과를 보자. 응답자에게 진짜뉴스 2개
와 가짜뉴스 4개를 섞어서 제시하고
진위를 판별해 달라고 했다. 그 결과 6
개 뉴스의 진위를 정확히 맞춘 비율은
1.8%에 불과했다. 4개 이상 틀린 경우
도 18.3%나 됐다. 완전히 가공의 정보
를 제시한 것 보다 사실과 거짓 정보
를 섞어놓을 경우 정답을 맞히는 비율
이 더 떨어졌다.
지금 성인은 미디어, 디지털 문해력
(Literacy)을 높이는 교육을 학창시절
교과과정으로 배우지도 않았을 뿐 아
니라 사회에서도 이런 능력을 갖출 기
회가 많지 않았다. 이러다 보니 갈수
록 정교해 지는 가짜 뉴스에 무방비하
게 노출될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뉴스를 무심코 전파하는 매개체
가 되기도 한다.
최근에도 광주민주항쟁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유튜브 영상이 버젓이 일
부 국민들 사이에 유통되고 있다. 이
미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별이 난 내
용이 마치 사실인 양 뉴스의 외양을
띠고 떠돌아다니며 역사적 진실을 왜
곡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가짜뉴스와
진실의 싸움은 이제 시작인지도 모른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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