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열풍, ‘개미 폭탄돌리기’로 끝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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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1-06-30 13:31:10
  • 분류 : 자유마당

스팩 열풍, ‘개미 폭탄돌리기로 끝날까

 

정태선(뉴스핌 공공정책부장)

 

 

미국시장에 이어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최근 스팩(SPAC)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기업인수 목적회사인 스팩이 연일 급등세를 보이며 매매거래 정지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코로나19 초저금리 시대 높은 수익률 기대가 가능하고, 개인투자자들 사이에 밈(입소문에 의한 투자) 문화 열풍이 확대된 영향이다. 특히 국내에서는 암호화폐가 급락하고 주식시장이 지지부진해지면서 개인들이 스팩으로 몰리고 있다. 공모주 투자 열기까지 스팩으로 옮겨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작년 SK바이오팜을 시작으로 큰 관심을 받던 공모주들이 올해 들어 기대만큼 주가를 띄우지 못하면서 투자자 관심이 스팩시장으로 옮겨갔다는 얘기다.

 

인수합병 지름길 스팩’···원금반환·고수익까지

스팩은 비상장 우량기업을 인수합병(M&A)할 목적으로 설립되는 페이퍼 컴퍼니이다. 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의 앞글자를 따서 스팩(SPAC)이라 부른다. 설립단계부터 유망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조건으로 다수 개인과 기관투자자로부터 공개적으로 투자 자금을 모은 후, 거래소에 상장시켜 거래되는 구조다. 스팩 경영자는 상장 후 3년 이내에 대상 기업을 찾아내 인수를 성사시켜야 한다. 보통 인수·합병 단계에서 유망한 비상장 기업이 발굴되면 해당 기업 가치 증대로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만약 스팩주가 인수·합병에 실패하면 스팩은 상장폐지되고 공모자금은 그대로 주주에게 반환된다. 보통 상장폐지라고 하면 엄청 무시무시한 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 스팩주의 가격이 보통 공모주 2000원으로 고정이 되어 있어서 국내 스팩주의 경우 이 근처 가격에서 샀다면 별 걱정할 것 없이 원금은 반환되는 구조다. 예치 금리에 맞춰서 그래도 조금 이자를 받을 수도 있다. 금리는 보통 시중 금리와 연동이 된다.

이러한 스팩 투자 열풍은 미국시장부터 시작됐다. 올해 1분기 세계 기업 인수·합병(M&A) 규모는 사상 최대치 수준으로, 지난 2000닷컴 버블2008부동산 버블을 상회했다. 이런 글로벌 M&A 붐을 주도한 것이 미국의 스팩이었다. 흥국증권에 따르면 작년 미국 스팩 합병 상장은 248개로 전체 기업공개(IPO) 중 절반이 넘는 55%에 달했다. 공모규모는 834억 달러로 47%를 차지했다. 올 들어서는 3월까지 스팩 합병 상장사가 275개로 이미 작년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스팩을 통한 상장이 일반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스팩합병 상장 기업은 20182019년 각각 11개를 기록했고 작년 17개다. 작년 이후부터 스팩 투자가 급증한 데는 코로나19 위기로 자금이 부족한 비상장 기업에게 빠르게 자금을 모집해 줄 수 있는 스팩 구조 덕분이다.

 

투기판 변질 조짐···‘삼성스팩,

상승률 470%에 달해

스팩은 통상 합병 대상이 정해지면 주가가 급등한다. 하지만 미국에 이어 국내 증시에서도 최근 별다른 이슈 없이 스팩주가 급등하는 현상을 되풀이하고 있다. 시중에 유동성이 많이 풀리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로 여겨지는 스팩에 자금이 몰린 것쯤으로 봐야 할까.

공모주 청약 열풍이 절정에 달했던 4월을 지나 5월 이후 국내 IPO시장은 전월 대비 소강기에 접어들었다. 반면 5월부터 스팩주가는 급등했다. 현재 상장한 59개 스팩의 5월 평균 수익률은 35.5%에 달했다. 올해 1~4월까지 누적 평균 수익률이 6.9%에 머물렀던 것을 고려하면 폭발적인 것. 6월에도 이런 흐름은 지속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2일 신한제7호스팩·신한제6호스팩·SK6호스팩·SK4호스팩·SK5호스팩 등 5개 스팩은 장 초반 가격제한선까지 주가가 올랐다. 삼성스팩이 도화선이 됐다. 앞서 521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삼성스팩4호는 524일부터 31일까지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해 투자경고 종목에 지정됐고, 61일 하루 동안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이어 622일 삼성머스트스팩5호는 상한가인 11400원에 마감했다. 17일 상장해서 22일까지 따상상상상(공모가의 2배로 시초가 형성 뒤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것. 공모가 대비 상승률은 470%에 달한다. 일반 주식과 달리 모든 스팩 공모가는 2000원이다. 비상장 기업을 인수할 목적으로 설립된 스팩은 합병 대상이 발표되기 전까지 주가가 거의 움직이지 않지만, 최근 단순한 기대심리만으로 폭등하는 종목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요약하면 스팩은 비상자사와 합병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인수 목적회사다. 따라서 상장 후 합병 소식이 나오기 전까지 주가가 변동이 없다가 합병을 앞두고 주가가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합병일정을 발표한 스팩 뿐 아니라 합병 관련 소식이 나오지도 않은 스팩종목의 주가도 함께 급등한 것을 보면 최근 이어진 스팩주 급등에 뚜렷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이 유지되고 있고 IPO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

은 관심을 고려한다면 스팩주가 상승이 무조건 이상하다고만 할 수는 없다면서도 합병과 관련된 특별한 이슈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스팩 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한 과열이라고 진단했다.

 

싸늘해지는 스팩···규제 강화

앞서 스팩 열풍을 경험하고 있는 미국 시장을 보면 이런 현상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미국에서는 거품 붕괴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WSJ는 최근 스팩이 상장할 스타트업을 구하지 못해 발만 구르고 있다고 전했다.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는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스팩의 상장 제안을 무시하는 상황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팩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신규 합병을 준비하는 스팩숫자는 미국 내 400곳이 넘는다. 하지만 스팩상장 관련 규제가 강화된 것이 스타트업들이 스팩을 멀리하게 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스팩에 막대한 자금이 몰리면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감시의 고삐를 조이고 있는 것이다. SEC는 스팩 기업이 투자자들에게 팔거나 나눠주는 신주인수권을 특정 상황에서 자본이 아니라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SEC는 회계 지침 변경을 알리면서 공정가치 변동분을 주기적으로 회계에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스팩은 IPO때 주식뿐 아니라 주식을 특정 시점에 정해진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신주인수권도 투자자들에게 팔거나 부여한다. 향후 스팩이 목표한 회사와 합병한 뒤 주가가 오르면 이 신주인수권을 보유한 초기 투자자는 저렴한 가격에 주식을 더 사들여 상당한 수익을 낼 수 있다. 신주인수권은 통상 보통주와 고정된 비율로 교환되기 때문에 회계상 지분 상품으로 처리해왔다.

스팩을 통해 인수·합병할만한 기업 수가 제한적인데다 인수합병 성과도 미미하면서 점차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미국 실리콘뱅크은행에 따르면 2020년에 스팩으로 상장한 기업 가운데 약 50%가 목표 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했고 42%는 상장 이후 1년간 매출 악화를 예상했다. 미 플로리다대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 스팩을 통해 상장한 기술 분야 스타트업 44개사의 주가는 평균 12.6% 하락했다. CNBC 등에 따르면 연초부터 현재까지 성사된 146건의 스팩 합병기업 중 60%가 스팩의 상장 가격 이하로 거래되고 있다.

금융 종합서비스 플랫폼 프루팅의 글로벌 리서치에 따르면 올 들어 스팩 및 스팩 상장 기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추락 중이다. SPAK은 최근 3개월 동안 28.1% 빠졌고 올해 1월 말 상장한 스팩 ETFSPXZ30% 하락했다.

 

묻지마 투자거품 꺼진다선별적 투자 기회요인

이 때문에 최근 국내로 이어진 스팩 열풍이 개미들 간 폭탄 떠넘기기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신한은행, 신한금융투자, 이베스트투자증권, 코어자산운용 등 보유스팩을 처분한 기관들은 최소 20%에서 많게는 두 배까지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기관들이 떠난 종목들은 대부분 급락했다. 스팩시장이 개미들간 폭탄 넘기기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기관들이 최근 팔아치운 스팩들은 한때 2~3배 급등했으나 현재 다시 2000원초반대로 떨어졌다.

기대심리만으로 오른 스팩 거품은 결국 꺼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스팩은 주가가 오르면 합병 자체가 불가능하다. 스팩과 기업은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정하는데, 스팩의 시총이 높으면 기업 입장에서 지분율이 희석된다. 이경준 혁신투자자문 대표는 “2000원을 기준으로 합병하는 스팩은 주가가 2300원만 넘어도 합병이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스팩의 기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투자자 사이에 가격변동에 대한 정보가 돌면서 매수세가 몰린 것 같다풍부한 유동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벌어지는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 역시 합병이 공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유없이 오르는 경우 무작정 따라가는 건 좋은 투자전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무조건 스팩 투자를 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적극 활용할 것을 조언한다. 공모가로만 사면 리스크가 없기 때문이다. 스팩은 3년 내에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할 경우 주주에게 원금(2000)3년치 이자를 제공한다. 합병 대상을 찾아 주가가 오르면 수익을 실현하면 된다. 공모금의 90% 이상이 금융기관에 예치되기 때문에 원금 손실 가능성이 없다. 스팩은 정상적 상장 절차 요건이 안되는 기업들이 선택하는 우회 상장수단으로, M&A 소식에 주가가 오르게 된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00년 닷컴 버블 때 성장성이 없는 인터넷 관련주에 자금이 대거 몰리는 상황과 유사하다고 우려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규제로 버블을 진정시키려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포함, 각국 정부는 여전히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기록적인 재정 및 통화완화 정책을 펼치고, 유동성은 넘치며, 스팩은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다. 조연주 연구원은 무분별한 스팩 투자 보다는 실적이 가시화돼 있거나, 시장 지배력이 높은 업종 중심의 선별적인 투자는 기회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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