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에 따른 경제구조 변화와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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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1-03-03 13:50:12
  • 분류 : 자유마당

인구감소에 따른 경제구조 변화와 교육

전 연령층 평생학습 기회 누릴 수 있어야

 

임해규(교육학 박사, 전 경기연구원 원장)

 

인구절벽의 현실화

인구감소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심지어 정해진 미래라고 할 정도로 예견된 문제였다. 그래서 20년 전부터 정부에 저출산고령화대책위원회가 만들어져 대안을 모색하고 다양한 출산친화적 정책을 펼쳐왔다.

그런데 예상보다 훨씬 빨리 작년 2020년에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아 인구감소가 현실이 됐다. 그 원인은 다양한 출산친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출산율이 예상과 달리 1.0이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로 인해 일본보다 더 가파르게 인구가 격감할 것이라고 예견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인구 격감 사태에 정부가 당혹해 하는 모습은 왠지 좀 어색하다. 왜냐하면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계몽운동을 벌였기 때문이다. 심지어 딸 아들 구별말고 한 자녀 낳기를 계몽했다. 말하자면 정부의 목표대로 이루어낸 성공적인 정책이었던 셈이다.

그 결과 1970년에 합계출산율이 4.53에 출생아수 100만 명, 1975년에 3.4387만 명, 1983년에 2.0677만 명, 1987년에 1.5362만 명, 2001년에 1.3156만 명, 2005년에 1.0944만 명, 2019년에 0.9230만 명, 2020년에는 27.6만 명이 됐다. 이 출산억제 정책은 인구유지수준인 합계출산율 2.1을 기대하고 시행됐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성장과 더불어 추세적으로 줄어들 출산율을 감안하지 않고 과도한 산아제한 정책을 취함으로써 결국 오늘날의 인구절벽 위기를 불러왔다.

정부는 저출산 추세와 이것이 미칠 장래의 영향을 우려하면서 2000년대 들어서부터 출산장려 정책으로 급선회해서 다양한 출산장려 정책을 펼쳐오고 있지만, 저출산 추세는 꺽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제 이미 생산가능인구가 줄었고, 총인구마저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청년인구가 지난 10년간 70만 명이 사라졌다. 이처럼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 청년층의 고용율은 높아지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감을 줄 법도 한데 오히려 청년 실업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일자리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비정규직의 비율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대학진학율로 인해 청년들의 70% 이상이 대졸 학력을 갖게 됐지만 고학력에 비례해서 고학력

실업이 늘고 있다. 청년층의 고실업과 비정규직화는 곧 소비력의 감소로 이어져 경제의 활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이는 경제의 성장동력을 떨어뜨려 다시 청년층의 고용불안정으로 악순환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저출산의 원인

고용안정과 적절한 소득에 대한 기대가 꺽이면서 청년층은 자신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 결혼과 출산은 청년층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아이를 양육하고 교육하는 데 드는 경제적 비용을 부담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더구나 여성의 경우에는 경력단절도 감수해야 한다. 스웨덴이나 프랑스에서 시행하여 효과를 보았다는 무상보육과 아동수당, 육아휴직 등의 정책이 도입되어 시행되고는 있지만 아직 충분치 않다. 그리고 딱히 이렇다할 청년 고용 정책은 체감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결혼과 출산을 할 경우 그들의 자녀의 미래는 또 얼마나 더 암담하겠는가? 그래서 결혼과 출산은 부담스러운 선택지일 수 밖에 없다. 바로 옆나라 일본에서 보고듣는 저출산 고령화의 실상도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조속히 청년 고용과 청년 복지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가장 좋은 투자라는 인식이 자리잡혀야 한다. 그리고 청년들이 실패를 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청년수당 지급이나 취업하는 청년에게 임금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 등은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한편, 기술혁신으로 인해 인공지능과 로봇, 그리고 플랫폼 경제가 확대되면서 생산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생산인구 감소가 곧바로 생산의 축소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다만 생산된 부가 소비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노동시간은 줄어도 소득은 적절히 분배되도록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도 청년수당, 취업 보조금, 기본소득 등의 정책이 요구된다.

 

저출산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

저출산이 교육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학령인구가 격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매년 학급수가 줄어들 뿐 아니라, 급당 인원수도 줄어들고 있다. 이는 교육적으로 보면 긍정적이다. 교사가 학생 한 명 한 명을 고려한 개별화 수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과밀학급이 사라지고, OECD 국가 평균 수준의 교사당 학생수에 이르렀다. 그간 우리 교육이 바라던 목표였다.

그러나 학령기 아동과 청소년의 격감은 아예 학교를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의 소규모 학교를 양산하여 지방의 경우 폐교에 이르게 한다. 자녀의 교육을 위해서라도 지방을 떠나 도시로 그것도 수도권으로 이주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그러면 학교 없는 지역은 노인만 남게 되고 결국에는 지방소멸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대학의 경우도 이미 대학 정원에 비해 대학지원자의 숫자가 적어서 대학정원을 줄이고 있지만, 머지 않아 수많은 지방대학은 아예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대학의 폐교는 지역의 경기침체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지역의 소비자를 없앰으로써 지역 상권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지역의 산업에 인재를 공급하는 기능도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저 출산은 이민을 촉진시켜 다문화 학생을 증가시킬 것이다. 지금까지 다문화학생의 증가는 주로 결혼 이주 여성의 증가에서 비롯됐지만, 향후 인구격감의 해소책으로 취업 이민을 늘릴 경우에 다문화학생은 더 많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학령기를 벗어난 성인학습자의 평생직업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특히 70세 이하 노년층이 건강을 유지하고 일의 세계에 적응하는 것은 개인과 사회의 활력을 위한 당면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인구격감을 완화하는 교육정책

인구격감으로 인해 생길 부작용을 완화하고, 사회를 더욱 역동적으로 변화시키는데 교육이 해야 할 역할을 무엇인가? 교육을 어떻게 혁신해야 인구격감으로 인해 생긴 위기를 극복하는 데 교육이 기여할 것인가?

첫째, 교육에 드는 부모부담의 비용을 줄여야 한다. 유아교육에서 고등학교 교육은 완전히 무상교육이 되도록 하고, 대학교육도 가계의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해 재정지원을 점진적으로 늘려야 한다. 나아가 성인직업교육도 고등교육과 통합하여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

학령인구가 격감하기 때문에 교육재정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예컨대 신규 교사 충원과 같은 경우는 규모를 줄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유아교육과 고등교육은 아직 예산을 늘려야 하고, 초중등 교육의 경우도 교사가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행정과 상담을 위한 인력은 늘려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단순한 교육재정 축소 주장은 옳지 않다.

둘째, 창의력, 비판적 사고력, 의사소통 능력, 협동 능력, 문제해결 능력 등을 키우는 수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제까지도 사고력 향상보다는 지식의 이해와 암기에 치중한 수업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지속되어 왔다. 그러나 고부담의 선다형 객관식 대학입시에 맞추느라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문제풀이식의 수업이 이루어지는 상황을 극복하지 못했다.

학급당 학생수 감소에 따라 개인별 맞춤형 수업을 할 수 있는 여건도 생졌다. 이제 창의력, 비판적 사고력 등을 키우는 수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교사의 교수학습방법 개선이 필요할 때이다. 그리고 곧 시행될 고교학점제에 맞추어 대학입시도 사고력을 측정하는 논술형 시험으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 대학은 고등평생학습기관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정립해야 한다. 이제 대학은 일생동안 겪게 될 다양한 일의 세계에서 요구하는 사고력과 역량을 키우는 대중적 교육기관이 됐다. 따라서 대학은 창의력, 비판적 사고력 등의 역량과 함께 직업적 전문성을 키우는 기관으로서 정체성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성인의 직업계속교육이 가능하도록 대학의 문호를 열어야 한다. 고졸 이상의 학력을 인정받는 성인은 자신의 삶의 필요에 따라 원하는 시기에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렇게 되면, 고등학교 졸업후 바로 대학에 진학하는 현재의 관행은 살아가면서 필요에 따라 대학에 진학하는 형태로 바뀌게 될 것이다. 모든 성인학습자가 정규 고등교육기관에서 내실있는 교육을 받을 실질적 교육기회를 확장해야 한다.

넷째, 국가의 균형 발전을 위해 지방의 교육을 우선 지원해야 한다. 지방의 교육이 붕괴되면 자연히 수도권으로 청년들이 모일 수 밖에 없고, 이는 다시 지방의 소멸로 귀결된다. 그런데 지방의 산업이 붕괴되는데 교육기관만 지방에 남아있는 것은 어렵다. 결국 지역마다 특화된 산업을 지원함과 더불어 그 산업과 연계한 특화된 고등교육기관을 육성해야 한다.

지방의 학령인구가 준다고 양적 기준을 두어 소규모 초중등학교를 폐교하거나 통폐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학교가 사라지면 모든 청장년은 도시로 옮길 수 밖에 없다. 농어촌을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지대로 내버려 두지 않으려면 폐교는 신중해야 한다.

다섯째, 학습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학습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학습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온라인 비대면 수업이 유초중등학교와 대학에 전면적으로 도입되어, 온라인 수업 시스템을 구비하고 있고 교수학습 방법도 개선되고 있다. 이는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 대응책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고등교육에서 세계의 교육은 에덱스(edX)나 코세라(Coursera)같은 학습플랫폼을 통해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고 있다. 고등교육은 이러한 양질의 국제적 학습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학습자의 요구와 수준에 맞춘 개별화 수업을 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따라서 대학은 비대면 수업의 실행이 수업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고 오히려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학습플랫폼을 통해 학령기 이후 학습자도 평생고등학습의 기회를 누리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교육을 미래를 위한 투자로 생각해야 한다. 인구가 감소하는 현상이 선진국의 일반적 경향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학령기 아동과 청소년 뿐 아니라 성인과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민이 삶의 질을 높이고 일의 세계에 참여하기 위한 학습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가 노력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 일에 주목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은 경제와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투자이다. 이제 우리는 일생에 걸쳐 한 직장에 다니기 보다는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일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모든 국민의 삶에 대한 준비이자 그 자체로서 윤택한 삶의 한 부분인 평생학습에 국가 재정을 쓰는 것은 더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초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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