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교실 때문에 이사 오는 가족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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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10-30 10:52:19
  • 분류 : 자유마당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 “돌봄교실 때문에 이사 오는 가족 생겼어요

저녁 8시까지 초등돌봄교실 도입, 학부모 만족도 99.9%

유아중고생 대상 직영 교육 4운영

 

송승환(언론인·작가)

 

아이 키우기 힘들어서 구()를 떠나는 주민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남은 2년 동안 주민 삶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정책들을 과감하게 펴 더욱 값진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은 매일 오전 5시에 집을 나서 3시간을 걸어 집무실로 출근한다. 구청장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취임 전 중구를 100바퀴 걸었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남은 2년의 임기도 꾸준히 걸어서 출근하겠다고 한다. 서 구청장은 중구의 인구가 126000명인데 서울에서 인구 전출이 가장 많은 자치구 중 한 곳이라며 노인들의 복지에 힘쓰는 한편 젊은 사람들이 떠나지 않도록 자녀 교육 문제에도 특별히 신경쓰고 있다고 밝혔다.

서 구청장은 아울러 중구는 상업지역이라 공공시설을 짓기가 힘들다면서 후반기에는 정부투자기관이나 국비 지원을 받아 공공시설을 재배치(복합화)해 도보로 10분 이내 거리에서 주민들이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구는 지난해 3월부터 전국 최초로 구() 직영 초등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은 학교에서, 돌봄은 지자체에서를 내세워 새로운 돌봄 모델을 세운 것이다. 코로나19 긴급돌봄 대란에 타학교에서 운영시간과 인력문제로 혼란을 겪을 때도 중구는 긴급돌봄교실을 선제적으로 대응해 안정적으로 운영했다.

중구형 초등 돌봄교실의 운영시간은 저녁 8까지다. 긴급돌봄은 방학 때처럼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다. 친환경 급·간식을 제공하고, 돌봄보안관이 야간에도 근무한다. 아울러 ‘1교실 2교사제를 운영해 교실 내 사각지대를 없애고 아이들이 학원에 갈 때도 교사 한명은 교실을 지키고, 다른 교사는 학원 차량이 오는 교문까지 아이들을 배웅해 준다. 외부강사의 수준높은교육 프로그램도 매일 제공된다. 모든 비용은 무료다. 구 직영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중구 흥인초등학교 돌봄교실에 셋째 아이를 보내고 있다는 최하늘 씨는 첫째와 둘째 아이를 보낼 때는 돌봄이 5시까지라 늘 아쉬웠다. 퇴근시간이 6시라 집에 도착하기 전 두세시간은 또 다른 누군가의 손이 필요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오후 8시까지 운영하는 돌봄 덕분에 퇴근 시간에 마음 졸이지 않고 아이를 데리러 간다.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다.

흥인초를 필두로 현재 5개교에서 운영 중인 중구형 돌봄교실은 학부모 만족도 99%의 호응 속에 순항 중이다.

올해 흥인초는 신입생만 20여명 늘어 1개반을 추가로 증설했다. 초등 6학년에서 중학생이 될 때 18%가 타구로 이사를 가는 중구에서 1개반 증설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흥인초 관계자는 실제로 돌봄교실을 이용하기 위해 이사오는 친구들이 있다며 그 공을 돌봄교실로 돌렸다.

흥인초 돌봄교실은 시행초기 2개반에서 3개반으로 늘었다. 학교 공간을 리모델링하고 아이들이 직접 이름을 지은 도서관 지혜의 숲도 돌봄교실 옆에 탄생했다. 덕분에 돌봄아이들의 도서관 이용률도 높아졌다.

학교 관계자는 코로나로 다들 돌봄을 걱정할 때도 저희는 예외였다. 구청은 돌봄을 완벽하게 관리하고 교사들은 온전히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면서 덕분에 학교 선생님들의 만족도까지 높아졌다고 전했다.

중구형 초등 돌봄교실은 지난해부터 대통령상, 교육부총리상, 서울시장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저출산 위기극복의 대안이자 성공적인 돌봄 정책으로 꼽히고 있다. 덕분에 교육부를 비롯해 타 지자체에서 벤치마킹에 대한 문의가 끊이질 않는다. 하지만 예산이 100% 구비(區費)라는 말에 의외라는 반응을 보인다. 공간은 학교지만 구()의 사업이라 교육부의 예산 지원을 한푼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재정적인 뒷받침이 없으면 온전한 돌봄교실로 발전하기 어렵다. 중구형 초등돌봄의 나비효과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면서 대한민국의 미래인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제도적 정비가 꼭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 2주년을 맞은 소회와 함께 그간의 성과를 꼽는다면.

아직도 숙제를 다 못 끝내고 개학을 맞은 학생의 심정이다. 중구는 물류와 유통 등 경제를 하기 좋은 곳이지만 거주하기에는 애로 사항이 많다. 우선 복지, 교육, 공공서비스가 타구보다 현저히 취약하다. 특히 중구는 상업지역이다 보니 임대료 수입으로 유지하는 전통시장이나 건물이 많다. 또 주거용 재개발이 일어나지 않아 오래된 노후 주택이 많다. 새집을 선호하는 젊은 사람들이 안 오고, 그나마 살고 있는 젊은층도 자녀들이 성장하면 떠난다. 게다가 중구는 노인 비율이 서울시 평균인 14%대보다 높은 17.4%의 초고령사회다. 결국 노인복지와 자녀 교육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인구감소를 막을 수 없다. 이에 지난 2년 동안 빈곤 노인복지를 위한 어르신 공로수당, 전국 최초 구 직영 초등돌봄교실등을 실시해 성과를 인정받았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성과와 향후 계획은.

중구만의 방역 전략은 먼저 한다, 과감하게 한다, 꾸준하게 한다는 세 가지 원칙이다. 첫째, 중구는 타구보다 먼저 서울시 최초로 지역 호텔에 해외 입국자 임시생활시설을 지정했다. 서울시와 일부 타구도 벤치마킹하고 있다. 또한 서울시나 중앙정부 지침 이전에 선제적으로 방역활동을 해 왔다. 둘째, ‘과감하게 한다의 사례는 지역 내 콜센터에 확진자가 생겼을 때 임시선별진료소를 차려 건물 전체를 코호트 격리하고 건물이용자 2000명 전원을 전수조사한 것을 들 수 있다. 셋째, ‘꾸준하게 한다는 것은 강화된 자체 방역 기준을 수립해 지키는 것이다. 구는 1월부터 전체 공공시설의 출입구를 일원화하고, 모든 방문객의 명단을 6개월간 꾸준히 작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안면인식 체온감지기와 QR코드 전자방명록도 도입했다. 그 결과 확진자는 15명에 그쳤고, 지역사회 감염은 단 한 건도 없다.”

 

중구에는 전통시장만 30여개인데 지역 경제를 살리기위한 대책은.

아직도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명동, 동대문·남대문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지역경제 타격이 심각하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주로 찾는 골목상권은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등에 힘입어 조금씩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있다. 중구는 지역경제 해결을 위해 특히 어려운 자영업자 가운데 1년에 매출 1억 원이 안 되는 아주 영세한 소상공인 20%를 대상으로 최대 100만원의 긴급생계지원금을 투입했다. 지금까지 16000명의 소상공인이 접수를 완료했고, 100억 원의 예산중 75억 원이 지급됐다. 이는 서울시가 긴급생존자금정책을 하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

 

젊은 세대의 유출을 막기 위한 구 직영 초등돌봄교실도입 성과는.

중구의 젊은 인구 유출은 심각하다. 지역 내 초등학교 6학년생이 중학교로 진급하는 사이 18%나 중구를 빠져나간다는 통계도 있다. 열악한 주거와 교육환경이 문제였다. 이에 흥인초등학교에서 처음으로 구 직영 초등돌봄교실을 시작했다. 가장 큰 변화는 운영 시간이 오후 5시에서 8시로 대폭 연장된 것이다. 늘어난 돌봄시간에 맞게 친환경 급식과 간식을 제공하고, 야간돌봄보안관도 배치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학부모 만족도는 99.9%가 나왔고, 흥인초는 올해 신입생만 20여명이 늘었다. 지난해 첫선을 보인 뒤 지역 내 국공립초등학교 9곳 중 8곳이 설치를 앞두고 있다. 그것만 보더라도 젊은 신혼부부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다는게 느껴진다.”

 

초등돌봄 외에 보다 넓은 학령층을 포괄하는 교육정책이 있다면.

영유아부터 중고생까지 아우르는 구 직영 교육 4종세트라는 교육정책을 하고 있다. 초등돌봄교실, 국공립어린이집, 진학상담센터, 진로체험버스를 모두 구에서 직접 운영한다. 진로체험버스는 강당에서 형식적 강의를 듣는 기존 진로체험을 탈피하기 위한 것이다. 25인승 버스에 학생들을 태우고 직접 지역 기업이나 문화시설을 방문한다. 지역에 1조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32곳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점과 국립극장, 충무아트센터 등 중구의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진학상담센터는 대형 브랜드 학원에 대한 학부모와 학생들의 갈증을 채우고자 시작됐다. 1회에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일대일 전문 컨설팅을 무료로 해 주고 있다.”

 

우리 동네 관리사무소 도입등 동()정부 사업의 진행상황은.

동정부의 핵심은 주민 중심이라는 것이다. 이에 구청에 있는 70여 가지 권한을 동으로 내렸다. 주민들이 직접 동네에 필요한 사업들을 제안하고 예산까지 편성하는데, 이렇게 편성된 예산이 약 87억 원이다. 참여 규모가 전년 대비 37배로 늘었다. 앞으로 오래된 주택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 관리사무소 같은 우리 동네 관리사무소를 설치하려고 한다. 주민들이 스스로 여성안심 귀갓길, 쓰레기 배출 문제, 불법 주차 문제, 통학 안전 등을 책임지게 할 생각이다.”

 

지난 2년을 돌아볼 때 미흡했던 점과 향후 보완책은.

교육 문제에 비해 공공서비스 정책은 미흡했다. 주민편의시설이 턱없이 부족한데도 상업시설 투자에 밀려 공공시설을 짓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2년동안 정부투자기관이나 국가 예산을 받아 정부가 추진하는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정책에 맞는 공공시설복합화를 이뤄 낼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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