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행정 펼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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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2-05-03 09:52:15
  • 분류 : 자유마당

특집 [새 정부 청사진 행정]

새 정부,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행정 펼치길


 

강현석(전 고양시장, 항공대 교수)

 

 

<장면 1> 한 지인이 어느 날 시장 집무실로 찾아와 관내 그린벨트 지역에 9홀 대중 골프장을 지으려고 한다면서 도움을 요청했다. 그린벨트 지역이라 건설허가 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하자 중앙정부의 허가는 어떻게든 받아올 테니 시에서 줄 수 있는 도움을 부탁한다고 했다.

당시 우리 시에서도 그린벨트 내에 몇몇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중 역점사업은 화훼단지관광명소화사업이었다. 새로 조성한 화훼단지에 화훼 판매유통시설과 화훼학습시설을 추가로 건립해 생산된 꽃을 판매, 가공뿐만 아니라 꽃과 관련된 학습과 취미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음식점 거리와 대규모 주차시설을 더해 화훼단지를 관광명소화단지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시에서는 업자가 추진하는 골프장 건설은 전적으로 업자에게 맡기고 화훼단지관광명소화사업에만 매달렸다. 그런데 결과는 민간이 추진하던 또 다른 그린벨트 내 골프장과 함께 두 건의 골프장 건설은 허가가 나고 시에서 추진한 관광명소화사업은 허가가 나지 않았다. 민간사업은 허가를 내주고 시의 역점사업은 허가를 내주지 않은 사유가 무엇일까 하는 의문과 함께 불공평한 건교부의 처사에 엄청난 분노가 치밀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장면 2> 사력을 다해 덤비는 데모대에 육중한 철문은 맥없이 부서졌다. 철문 주변 여기저기서 맹렬히 불길이 치솟고 시청 주변은 아수라장이 되고 있었다. 2000명인지 3000명인지 알 수조차 없는 전국노점상연합회 회원들이 전국에서 몰려들었다.

역세권 주변을 중심으로 용역원을 동원한 시의 대대적인 단속에 노점상들은 폭력으로 맞섰다. 각목과 쇠 파이프로 무차별 단속원들을 후려치고 있었지만 시의 단속원들은 노점상들의 몸에 손조차 댈 수 없었다. 손이 몸에 닿기도 전에 노점상들은 땅바닥에 뒹굴기부터 했다. 그렇게 단속원들이 무차별 폭행을 당하고 큰 부상을 입고 입원까지 하는 사고가 속출하는데도 경찰은 폭행현장을 단속은커녕 방관하고 애써 외면할 뿐이었다. 공권력은 폭력 앞에서 그저 당하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시에서는 포기하지 않고 노점상 단속을 지속하는 한편 일정 자격을 가진 노점상들을 길벗가게로 등록시키고 미자격 노점상은 전원 퇴출시켰다. 2009년이었다.

<장면 3> 경의선을 복선화하겠다는 정부 발표에 고양시 전 구간을 지하로 건설해 달라며 시민들이 경의선지하화대책위를 구성하고 대대적인 투쟁을 계속하는 가운데 시장 취임을 했다. 수년간에 걸친 시민들의 강력한 투쟁에 고심 고심하다가 건설교통부 장관을 찾아 경의선의 지상 건설로 인한 예상되는 문제점을 다 해결해주면 지상 건설을 수용하겠다고 제의했다.

장관은 야당 시장으로서 결단을 해 주어 고맙다며 시의 대안을 검토하여 가부를 통보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보름쯤 후에 우리 시의 요구사항 중 지하차도의 개수를 몇 곳 줄이는 것 외에는 모두 수용하겠다는 답신이 건교부로부터 왔다. 경의선의 지상건설로 인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며 경의선 복선화를 지상으로 건설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난리가 난 지하화대책위는 밤새 경의선과 인접한 5개 아파트 단지 주민을 대상으로 주민투표를 실시해 79.8%라는 압도적인 지상화 찬성이라는 의외의 결과를 얻었다. 경의선 지하화대책위는 바로 지상화대책위로 전환되어 경의선의 지상 건설 적극 지원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주민들은 경의선 복선화 지상 건설에 적극 참여했고 건교부도 고양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당초 약속보다 1년 반이나 지나 경의선은 경의중앙선으로 완공됐지만 애초의 약속은 상당 부분 지켜지지 못한 채였다. 그래도 시민들은 고마워했다.

이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게 되었다. 새 정부는 많은 약속을 했고 국민들은 새로 출범하는 정부에 크고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가 가장 필요한 것은 국민의 믿음이다. 국민의 믿음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데서 나온다. 그렇다고 하여 지켜서는 안 될 약속까지 지켜서는 안 된다. 대통령 당선인은 한 표가 아쉬워 무리한 약속도 많이 했을 것이다. 그 약속까지 지키려고 하다가는 국민의 믿음을 잃을 수밖에 없다.

행정에 국한한다면 지방재정 자립도 향상이 긴요하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재정이 아주 빈약하다. 중앙정부나 시·도의 지원 없이는 소속 공무원들의 월급조차 주지 못할 시··구가 수두룩하다. 이들 시··구는 상급기관의 눈치를 보지 안 울래야 보지 않을 수 없다. 일선 행정기관의 재정자립도를 높이려면 국세나 시·도세를 시·도세나 시·군세로 과감히 돌려야 한다. 이에는 상당한 결단이 필요하다. 권한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국가나 시·도의 반발이 극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요하다면 새 정부는 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행정구조까지 개편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행정구조를 한 단계 줄여 시·도를 없애고 시·군과 구청을 광역화하는 것이다. 이에도 특·광역시와 도의 엄청난 반발이 있을 것이지만 그래도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극복해야 한다. 지방행정이 주민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행정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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