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Just in time’ 신화의 민낯

  • No : 4015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0-05-26 16:3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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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용어에서 ‘Just in time’(저스트인타임)은 우리말로는 ‘적시 생산방식’이라고 한다.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가 1990년대 비용 절감, 재고 절감, 결함 제거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경영기법으로, 기업의 원자재 등 재료를 재고로 두지 않고, 수요에 따라 적절하게 그때그때 상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Just in time’은 효율성 극대화라는 기치 아래 현대 경제의 절대 명제로 자리 잡았다. ‘Just in time’은 단지, 경제에 국한한 것이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그 위세를 높여가며, 효율성의 정도에 따라 소위 우수한 집단이냐, 아니냐를 결정짓는 신화 같은 척도가 되었다. ‘Just in time’의 원리에 어긋나는 국가 또는 조직이나, 집단은 후진국이었으며 시대에 뒤처지는 집단으로 도태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Just in time’의 민낯을 목도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팬데믹 현상 아래 우리가 알고 있었던 미국, 이탈리아 등 선진국들의 허상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되고도 병상 수가 부족해 집에서 방치되어 있다가 죽어가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병원에서도 인공호흡기 등 의료장비가 부족해 제대로 된 치료를 할 수 없는 지경이며 병상 수와 진단키트 부족으로 대규모 바이러스 검사를 엄두도 내지 못하는 나라도 있다.
 의료진들은 감염 방지복 대신 비닐을, 마스크 대신 헝겊 조각을 두르고 진료에 나섰다가 되레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있다. 국민은 마스크와 세정제를 구입하기 위해 마트에서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할 지경이다.
 ‘Just in time’의 원리는 평상시에는 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재난 앞에서는 한순간에 허물어져 버린다. 효율성에만 치중하면 기업을 포함한 조직이나 국가는 거대한 재난 앞에서 속수무책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것을 코로나19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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